유라시아 여행

유라시아 62일(6월 30일) 오슬로를 떠나며

애니(현숙) 2018. 7. 1. 06:49

<쏜호텔스펙트럼>이 교통이 좋기는 하나 제 돈 주고 자기는 너무 비싸서 변두리(드람맨)로 옮기기로 해서 오늘이 오슬로 마지막날.

일단 체크이웃을 해야해서 큰 짐만 없으면 짐을 맡겨두고 돌아다니다 차를 빼면 되는데, 루프박스를 아무 데나 세워둘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차를 찾아왔다. 도심 호텔들은 전용 주차장이 없고 인근 주차장과 할인 계약을 하는 모양인데(20% 할인해서 하루 기준 270NOK), 잠깐 너무 순진하게 생각을 하고 차를 빼오는 바람에 2시간 주차료를 152NOK이나 물어야했다.
어제 보려다 못 본 몇 군데를 제대로 보는 것이 목적인데, 30분당 38NOK(시간당 10,000원 정도)이나 하는 주차료가 아까워 마음이 바쁘다.
사실 따져보면 서울 여의도 주차료(시간당 12,000원?)보다 더 싼 곳인데, 주차료는 왜 그리 아까운가.ㅎㅎ

바쁘게 서둘러 <아케르스흐스 요새와 성>부터 보러 가기로 했다.
차를 빼서 가지 뭐하러 걸어가느냐는 걸, 38NOK이 아까워 그냥 걸어갔더니 요새는 억울하게도 주차료가 무료네. 이런...
걷는 것도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사람 모시고 시간 맞춰서 가려니 참 힘이 든다.
버스 타고 왕복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는 남편 말에 위안을 받는다.(왜 난 잔돈에 연연하는지 원...)
<겨울왕국>에서 아른델 왕국의 모델이 됐다고 하는데, 바쁜 내 눈엔 그저 수수한 노르웨이의 성과 요새.

요새를 얼른 보고, 이제는 <오슬로 시청사>로 향한다.
다행히 오픈 중.
한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왔다. 반갑긴 하지만, 아는 체는 안한다.ㅎ
창도 900주년을 맞아 1960년에 문을 연 <오슬로 시청사>(마구누스 폴슨과 아른슈타인 아르네베르 공동 설계)는 1990년부터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1층의 메인 홀에서 열려 12월 10일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고 한다.

1층을 비롯한 각 공간은 노르웨이 대표 작가들(페르 크로그, 알프 롤프센 등)이 작업한 프레스코화로 가득 차있어 흡사 미술관 같은 느낌.
<뭉크의 방>은 1938년에 사들인 뭉크의 <인생>이 있다는데, 매달 1회 시민들의 결혼식 때만 개방한다고 하네.
소박하면서도 시민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는 느낌이 드는 시청사를 보고나니 시간이 바쁘다.

40분 만에 주차장으로 가야하는데, <오슬로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보겠다고 길에 사람들이 끝없이 깔렸고, 끝없이 모여들고 있다.

우린 사람들을 헤치며 주차장을 향해 진격.
운이 좋게도 퍼레이드 시작이 우리 숙소 근처여서 주차장으로 가면서 퍼레이드를 구경할 수 있었다.
오슬로 시민 모두, 관광객 모두가 길에 쏟아진 듯.
노르웨이 기를 흔들며 춤추고 노래하며 퍼레이드를 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니 자기 나라에 대한 애정이 흘러 넘치는 듯해서 울컥해졌다. 자랑스러운 조국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점점 살만해지는 대한민국에서도 이렇게 일체화할 수 있는 축제를 마련해서 모두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지면 좋을텐데...
(우린 불행하게도 태극기 부대가 태극기를 오용하는 바람에 당분간은 좀 어려울 듯하다. 안타깝다...)
다들 즐겁고 행복해하니 외부인인 우리도 즐겁다.
오슬로에 잤으면 나도 이들 따라 한 바퀴 돌고 싶더라.ㅎㅎ

시간과 주차장이 애매해서 왕궁 정원은 생략하고 <비겔란 조각 공원>으로 향했다.

비겔란 공원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과 그 제자들이 만든 조각이 가득한 대형 공원이다.

이번에는 두 시간 넉넉하게 주차 티켓을 끊고(이번에는 51NOK-주말은 무료인 듯하다는데?) 점심부터 먹는다.

점심은 아침 뷔페에서 만들어온 샌드위치.

별 맛은 없어도 한 끼를 또 해결한다.


영원한 삶의 굴레여...<모노리탄>
공원 내부의 조각들은 모두 <인간의 삶>을 주제로 만들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압권은 공원 중심에 서있는 <모노리탄>으로 1929년부터 약 14년간 3명의 석공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14미터의 조각 안에 있는 121명의 인간 군상은 "영원한 삶의 굴레"를 표현하고 있으며, 그 주변에는 36개의 동상이 <모노리탄>을 호위하듯이 둘러싸고 있다. 조각들은 다양한 삶의 순간을 그리고 있지만, 다 그 표현이 달라서 그 다양함에 놀라게 된다. 어린 아이들이 엄마 등에 올라타서 얼굴에 굴레를 씌운 조각을 보니 엄마를  밥으로 아는 어린아이들의 야비함이랄까 그런 느낌이 생생히 살아나 등골이 오싹해진다. 

공원 초입 다리 위에는 가족 관계를 형상화한 58개의 조각이 세워있는데, <화난 아기>(신나타겐) 표정의 동상 앞에서 중국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고있다. 나는 왜 쟤랑 사진을 찍지 하고 그냥 보고 왔는데, 걔가 이 공원의 마스코트라고 한다.ㅎㅎ

비겔란은 공원의 전체 세팅을 모두 디자인했지만, 완성은 보지 못하고 1943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거대하고 심오한 조각공원을 가진 오슬로 시민을 부러워하며 오슬로를 떠나 이름없는 중소도시 <드람멘>으로 자러 들어왔다. ㅎㅎ


<사진 모음>

*<오슬로 길거리의 조각들>-오슬로에는 가는 곳마다 조각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기발하게 표현되어 있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아케르스후스 요새

*요새에서 책 읽는 남자...ㅎ

*요새 뒤쪽에 정박한 유람선

*오슬로 시청사 앞 바닷사 광장

*오슬로 시청사 홀>-아마 여기서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지 않을까...(거의 미술관...)



*<오슬로 프라이드> 행사인 <오슬로 퍼레이드>를 즐기는 사람들









*나도 같이 끼어보자~!ㅎ


*비겔란 조각 공원~



*메인 조각 <모노리탄>의 웅장한 모습-주변에는 다양한 형태로 인간의 삶의 모습을 표현해놓았다고.

*<모노리탄> - 비겔란 조각공원의 하이라이트









*파란 하늘이 예술이네...-구름이 좀 있어야 예쁜데...













*보라빛 꽃들이 이곳에는 무척 많은 편이다.





*"아, 피곤해라~" 공원에서 낮잠 중인 주인공~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