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미국, 캐나다 여행(5)- 6월 13일(화) 옐로스톤 국립공원
2017년 6월 13일 화. 옐로스톤 국립공원
좀 춥긴 하지만 견딜 만한데, 추위도 추위지만 바닥이 너무 불편해서 잠자기가 매우 힘들다.
현숙은 좀 편하다니 정말 다행이다. 새벽 2시에 잠이 깨서는 좀 헤매다가 다시 잠이 들어 눈 쌓이는 소리에 잠이 깬다.
6시. 눈이 정말로 탐스럽게 소복소복 내린다. 6월에 눈이라니...
레토르트 커리를 반찬으로 아침을 먹고 4번의 샤워 중 한 번을 쓴다.
옐로스톤국립공원 캐년의 샤워장은 캠핑장 사용료에 포함되어 물이 나오는 시간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좋다.
그랜드캐년이나 자이언, 브라이스 등에서는 식간이 정해져있어(약 15분?) 샤워 중 물이 떨어지면 어쩌나 조바심이 났었다.
비 내리는 옐로스톤 관광을 나선다. 일단 올드페이스풀을 목표로 해보는데 어떨지는 모른다. 길을 가다보니 그랜드캐년이라고 하면서 어퍼폴, 로워폴 등의 폭포를 보란다. 어퍼폴은 좀 시원찮네. Artist Point라고 해둔 곳은 늘 볼만하다는 게 데스밸리에서의 경험. 절벽이 형형색색으로 물든 풍경이 매우 보기 좋다. 이곳에서 보는 로워폴은 어퍼폴보다 훨씬 폭포답다.
폭포를 보고 나와 길 따라 가니 바이슨이 한 마리 어슬렁거린다.
이때만 해도 이곳에 바이슨 또는 버팔로가 곳곳에 그렇게나 많은 줄 모르고 바이슨 나왔다고 신이 나서 사진을 찍는다. 좀더 가면서 헤이든밸리의 너른 평원을 본다. 이 동네에서 valley를 우리 동네마냥 계곡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냥 산과 산 사이의 평원이고 그게 좁거나 넓거나는 지형에 따라 다르다. 우리의 언어 세계가 얼마나 빈약한지...
다음은 진흙이 끓는다는 머드 볼케이노다. 갖가지 형태의 진흙탕이 부글부글 끓고 있고 어떤 놈은 분출하기까지 해서 일단 첫 눈요기로는 괜찮다. 운동 삼아 볼케이노 전체를 한 바퀴 돈다. 일종의 트레일이 아니고 그냥 트레일. 걷고나면 좋은데 왜 처음에는 걷기가 귀찮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 하는지 모르겠다. 왠만해서는 오기 힘든 옐로스톤이라 비가 오는데도 관광객들이 많다. 당연하지.
진흙화산을 보고 나와 길을 가는데 차들이 서있다. 이런 곳에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신호.
내려보니 엘크 2마리(암수 한 쌍인지는 모른다)가 느긋하게 풀을 즐기고 있다. 사람들이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아는 거다.
그렇게 시간이 잘 흘러서 어느덧 점심 시간이다.
Fishing Bridge에 가서 제네랄 스토어에 들어가니 먹을 게 마땅찮다.
지난 밤 잠자리가 매우 불편해서 우선 텐트 매트를 하나 산다. 공원 전체의 시설지구마다 있는 제네럴 스토어는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 구비한 상품이 다르다. 이 매트를 캐년의 스토어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라면이 보이네. 농심 신라면이라 좀 찜찜하지만 이것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칼칼한 라면 국물이 매우 좋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 곰인형 등을 구입한다. 서른을 훌쩍 넘긴 연하에게 곰인형이라니 참 웃기는 선물이다. 아이들을 너무 아이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현숙의 의구심이 타당하다.(그런데 연하가 머리만 있는 곰 인형을 아주 좋아한다. 하나 더 사와 준하도 줄 걸 하는 후회를 했다.ㅎㅎ)
올드 페이스풀로 가면서 호숫가에 들러 사진을 찍어보는데 비가 오니 경치가 제대로 담기지 않는다. 여기서 서운한 마음은 마지막 날 이곳에 다시 오면서 호수 건너편 멀리 눈 덮인 산들을 보면서 풀었다.
올드 페이스풀에 도착하니 비가 오는데도 분출 시간을 기다리는 인간들이 많다. 시간을 정확히 지켜서 간헐천이 뿜어 나온다고 이름마저도 Old Faithful이다. 작명에는 언제나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우리 차례는 5시 27분인데 시간이 매우 애매하게 남았다. 우선 여기 제네럴 스토어를 둘러보면서 아버지 제사를 위한 과일 등을 사고 geyser는 포기한다. 아무래도 시간이 맞지 않아 아직은 널널한 옐로스톤 일정을 핑계삼는다.
돌아오는 길에 좀 션찮은 Gibborn 폭포를 보고 노리스를 거쳐 텐트로 돌아와서 아버지 제사를 모신 다음 저녁을 먹는다. 비는 좀 그치는 듯하다.
옆집 캠핑카는 떠났나 했더니 늦게 돌아온다.
오늘 남서쪽으로 한 바퀴 돈 거리가 175km. 옐로스톤의 크기는 남북으로 101km, 동서로 87km이고 면적은 8983.18km2로 충청남도 (8,204.71km2)보다도 더 크다. 이 전체가 분화구이니 화산 폭발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백두산이 폭발했을 때 동북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데, 이 정도 폭발이라면 전 북미에 영향을 미쳤겠지? 분화구라는 사실조차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아주 나중에 인공위성에서 보고서야 알았을 정도다. 강과 호수가 면적의 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옐로스톤 호수는 352.2km2으로 가장 크다. 옐로스톤 호수는 가장 깊은 곳이 깊이 120m, 연안의 길이는 180km이다. 옐로스톤 호수는 해발 2,357m에 위치해, 북미의 호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숲이 공원 면적의 약 80 퍼센트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의 대부분은 초원이다.
<나의 이야기>
옐로스톤에서 7월에도 눈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우리가 밤새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게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다행히 비보다는 눈이 낫다고 위안을 삼는다.
눈이 오는 중에 텐트를 치는 바람에 새롭게 마련한 넉넉한 4인용 텐트를 주차 자리에 옹색하게 쳐서 제대로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남편은 두고두고 아쉬워하지만, 날씨가 추워서 널널하게 쳤으면 더 추웠을 것 같아 난 별 미련이 없다.(결론은 텐트가 너무 커서 이동성이 약하니 좀 가겹고 편한 것으로 다시 장만하는 것으로...ㅎ)
아침에 일어났을 때 텐트와 차에 눈이 쌓여있고, 여전히 탠트밖에는 함박눈이 쏟아지는 것을 보는 것은 어쨌든 특별한 경험이었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줄줄이 서있는 나무들 위에 쌓인 눈은 별세계에 와있는 느낌을 줘서 아주 즐거웠다.(그래도 좀 추웠어~)
넉넉하게 즐길 수 있는 샤워장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니 추위에 얼었던 몸이 확 풀린다.
맛있게 아침을 먹고 눈과 비를 뚫고 관광에 나선다.
점심으로 먹은 농심 라면은 국물맛은 괜찮았으나 면발은 영 아니었다. 다시는 안 먹겠다 다짐.
미국 국립공원에서까지 팔리는 농심컵라면은 반갑기는 했다.ㅎ
일부 제너럴스토어에서는 뜨거운 물을 제공해주기도 해서, 국립공원 정보를 잘 활용하면 경비를 절감할 수도 있겠더라.
오늘은 시아버님 제삿날이라 그냥 보내기가 뭐해서 계란 12개, 오렌지 3알, 사과 3알씩을 사와서 전날 사온 갈비와 메론 등을 가지고 간단하게 제사를 지내고 나니, 나름 뿌듯했다.(남편은 아버지도 옐로스톤국립공원에 한번 오셔봐야한다고. ㅎㅎ~ 영혼이라도 오셨을까?)
오늘은 바이슨도 보고 엘크도 보고, 바이슨떼도 보고...
보람있고 즐거운 하루였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