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미국, 캐나다 여행(9)- 6월 17일 루이스 호수
최고의 평점을 받는 이 B&B의 아침은 우리 기준으로는 별로다. 주인여자의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좋지만 오트밀, 팬케익, 베이컨 등의 식사는 부실하다. 사스캐츠완으로 여행을 간다는 할머니 둘과 함께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식사를 한다. 주인의 아들이 솔트스프링 섬과 인연이 있어서 small world라는 현숙의 멘트가 매우 적절하다.
9시 반에 출발, 캘거리에서 길을 잠시 헤매다가 1번 고속도로를 탄다. 캘거리에 무슨 관광거리가 있다고, 여기를 잠시라도 구경하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캘거리를 떠나면서 저멀리 서쪽으로 보이는 산들이 록키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약 100km 거리의 산이 보일 수 있을까? 그런데 100km까지는 아니더라도 50km 정도는 보일 수도 있겠다 싶게, 앞을 가리는 지형이 없다.
밴프 부근에 오니 록키의 산에 압도 당하는 느낌은 참 어쩔 수 없네. 어디서 점심이라도 먹고 루이스호수에 들어가자 했는데 점심 먹을 곳이 정말 없다. 도대체 이 나라의 고속도로에서는 배를 어떻게 채우라는 것인지... 밴프를 통과하면서 캐슬산이 나타나는데 10년 전의 기억과 달라 좀 곤혹스럽다.
루이스호수 주차장이 가득 차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셔틀을 운행한다는데 현숙의 주장대로 그냥 주차장까지 가보기로 한다. 마침 자리가 나서 차를 잘 세웠다. 우선 기념사진을 찍고 배 채울 곳을 찾아보니 호텔 식당밖에 없네. 팁까지 2인분에 55달러나 하는 비싼 햄버거를 먹는다. 비싼 만큼 맛은 좋지만 다시 먹고 싶지는 않다. 최고의 장소에 자리잡은 호텔답게 식당에서 보는 호수와 빙하의 장관은 정말 아름답다. 곳곳에 호텔 투숙객에게만 허용된다는, 그래서 식당의 테라스도 투숙객만 앉을 수 있다는 차별은 당연한 거다.
아그네스호숫가에 있는 티하우스까지 트레킹을 시작한다. 우선 3.4km 거리의 짧은 코스. 오르는 길에 전망도 없고 해서 열심히 오르다 보니 1시간 만에 올라버린다. 아그네스호수 바로 아래의 미러호수는 말만 미러다. 티하우스에서 커피나 한잔 할까 했는데 차만 팔아서 사진만 찍고 내려오기로 한다. 그런데 현숙의 욕심 또는 등등으로 하산길은 빙하가 있는 길로 돌아오기로 하니 트레킹 거리가 10km로 늘어난다. 빙하(라기보다는 얼음이 아직 녹지 않은) 길까지는 괜찮았는데 호텔까지 4km 평지 길은 몹시 힘들다. 6월 중순에 얼음 또는 눈길(빙하라 치자)을 걸은 것이 록키의 콜롬비아빙하에 가려고 했던, 바뀌어버린 당초 계획을 조금이나마 충족시킨 것 같다.
중간에 호수 상류의 뻘 바닥에 내려서 전망을 좀더 즐길 수 있었던 건 참 좋았다. 결혼한 지 3주 되었다는 젊은 부부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게 몹시 아쉽다. 언제쯤이면 나도 나이에 걸맞는 어른이 될까?
(사진 찍어 달라고 하더니 지연스럽게 키스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매우 힘들어서 빨리 모텔에서 쉬려고 열심히 달렸는데 골든 10여km를 앞두고 길이 막혔다. 50여분 걸려 겨우 통과했는데 산사태 흔적 외에는 다른 게 없네. 골든에 들어와 길을 찾느라 잠시 차를 세우고 있으니 어떤 젊은 친구가 친절하게 시내까지 안내해 준다. 고맙고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담배를 한 갑 줬는데, 한 갑 더 주지 못한 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왜 이리 인색하고 옹졸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