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01706 미국, 캐나다 여행(15) 6월 23일 솔트스프링섬에서 느긋하게

애니(현숙) 2017. 8. 8. 22:14

오늘은 내일 떠날 준비를 해야 하니 집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제수씨가 맛있게 만들어준 누룽지탕으로 아침을 먹고 11시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시간을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조개 해변으로 간다. 이런 곳에 갈 때마다 늘 단속이 나와 창피를 당하지 않나 조바심이 생기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질 않는다. 처음 왔을 때보다 물이 훨씬 많이 빠져서 큰 조개를 많이 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는데 큰 놈일수록 깊숙히 숨어 있어서 갯벌 바닥을 파내는 게 매우 힘들다. 조개를 캐다가 힘이 들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현숙이 아기 머리통만한 골뱅이를 줍는다. 나도 그런 놈을 하나 주웠고 기덕이도 하나 발견한다. 인간의 간섭이 거의 없는 환경이니 이런 조개들이 마음껏 클 수 있는 것이겠지. 아주 큰 조개는 캐지 못 했지만 며칠 전에 캔 놈들보다는 훨씬 큰 놈들을 많이 캘 수는 있었다. 중국인들이 이 해변을 알아서 거의 초토화시킨다는 걱정을 하는데, 그건 한국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지. 그래도 중국인들이 싫으니 나중에 신고해서 아예 못 하게 할까 하는 기덕이의 말에는 심하게 동조한다.

집으로 돌아와 기덕이가 맛있게 만들어준 초밥을 배가 터지도록 먹는다. 이런 초밥을 만드느라 상반신이 거의 다 망가지고 있다는데 달리 할 것도 없고 또 그동안 이 초밥 덕을 많이 봤으니 불평할 일은 아니지?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다.

날이 매우 뜨거워져서 좀 식기를 기다리는 동안 현숙과 누님은 다음 달에 쓸 닭고기를 손질하느라 애썼다.

5시 경 게틀해변으로 가서 낚시를 흉내내 봤는데 역시 낚시는 아무나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 된다는 것만 깨닫는다. 게는 열심히 올라와줘서 8마리나 건졌다. 집에 와서 삶아보니 이제는 그다지 맛있지 않다. 골뱅이는 아마도 너무 삶아서 살이 질겨졌을 테고, 조개는 구이가 맛있다. 약간 부족한 배는 밥과 김치찌개로 채웠다. 그저께 건져온 굴은 결국 바다에 다시 버렸는데 살까?
내일 밴쿠버로 나가는 시간을 두고 열심히 계산하다가 기덕이네가 먼저 나가고 우리는 아침 먹고 느긋하게 나가는 걸로 합의를 봤다.
늦은 시간까지 짐을 정리하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