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01706 미국, 캐나다 여행(16) 6월 24일 벤쿠버로

애니(현숙) 2017. 8. 8. 22:16

섬을 떠난다. 섬에서 뭘 하고 지내나 싶어서 당초 일정을 자스퍼까지 가는 걸로 잡았었는데 조개나 게 등을 잡고 밴쿠버섬까지 구경하니 시간이 참 잘 가네.

 <찬후네 집>

 

 

 

새벽에 기덕이네는 밴쿠버로 떠나고 누님과 우리는 남은 밥을 다 해치운 다음, 풀포드 항구로 간다. 어제 저녁에 섬으로 들어올 배가 고장으로 들어오지 못해 직항을 타지 못하고 밴쿠버섬 스왈츠베이로 가서 배를 갈아타야 하니 시간 낭비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렇게 불편한 이동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버티는 이 나라 사람들이 참으로 신통하다. 8시 40분에 집을 떠나 밴쿠버 트왔센부두에는 12시 40분에 도착하니, 버려지는 시간들이 기가 찬다.  

 

 

 

 

 

 

풀포드에서 스왈츠로 가는 조그만 배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다.
누님은 아이를 엄청나게 좋아하시는구나. 그제 던컨에서도, 이 배를 타기 전에도, 타고나서도 아이들만 보면 정신이 없으시군.
트왔센우로 가는 배는 매우 크다. 차량을 400대 가량 실을 수 있다니 세월호가 이보다 클까? 이 배 안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니 편하다. 햇빛을 좋아하는 이 동네 인간들은 갑판에서 그 따가운 햇빛을 즐기고 있네. 저 멀리 미국 베이커산은 눈에 거의 완전히 덮여 눈길을 끈다. 기덕이가 저 산에 차로 올라갔다니 한번 가보고는 싶은데 낭떠러지로 이어지는 길이 매우 무섭다 해서 좀 겁이 난다. 시간도 없긴 하지.

그런데 또 전원이 말썽이다. 어제 가민의 문제가 기기 때문이 아니라 충전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전원을 바꿔 연결하니 잘 돌아가서 잘 됐다 했는데 시거잭 한 놈이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어 결국 전원 없이 다녀야하게 생겼다. 참 무엇이 딱딱 들어맞지 않네.

공항 옆 아울렛 코치에서 연하 핸드백을 하나 사고 코스트코에서 피자 등으로 점심을 때운다.
길을 잘 모르니 아는 곳만 가자 하고 그랜빌섬, 스탠리공원 등을 찾아헤매다가 카필라노만 간다. 날이 매우 덥다. 공원에 들어서서 참 재밌게 생긴 눈 덮인 산과 절묘하게 자리잡은 호수의 경치에 빠져 있다가 저수지 배수로가 만드는 90여m 폭포도 보고 연어 양식장에도 가본다. 가까운 줄 알았는데 한참을 내려간다. 왕복 2km가 좀 넘는 트레일. 숲속은 시원하다. 양식장 안에 들어가 연어가 상류로 올라가려고 펄쩍펄쩍 뛰는 모습에도 감탄을 해본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다 되어서 식당으로 가는 1번 고속도로를 탔는데 정체가 심하다. 나가는 출구를 놓쳐 좀 돌고, 식당 부근에 와서는 위치를 몰라 또 헤매고.

 

 

 

 

 

 

 

 



고기뷔페. 고기 맛도 모르겠고 다른 음식도 그다지 맛있는 것 같지 않고, 결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어 더욱 재미없다. 이런 식당에 오려고 30여km를 달려왔나 싶어서 실망이 크다.
지은이 시어미자리가 와서 내일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고 밴쿠버 관광을 하겠다는 것도 참 꼴불견이네. 왔으면 인사나 하고 그냥 혼자서 돌아다닐 일이지, 아들 결혼식으로 바쁜 혼주에게 부담을 주는 저런 인간은 정말 싫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명 관광지에 사는 현지인을 자신의 가이드쯤으로 생각하는 그런 몰상식이 언제나 사라질까? 정말 사라질 수나 있을까? 기덕이가 우리를 데리고 몇날며칠을 운전하며 관광시키는 것도 부담스러워 내년 지은이 결혼식에 오는 걸 재고해봐야겠다는 누님 말씀에 격하게 동의한다.

10여 분 떨어진 라마다 코퀴틀람 인은 라마다 브랜드가 좀 아깝다. 짐을 풀고 누님과 인근 한인마트에 가니 한인빌리지라고 이름붙인 상가가 있네. 재밌다. 마트에서 내일 아침거리를 좀 준비하고, 약간 늦게 온 기덕이에게 맥주를 부탁해 수면제를 만든다. 누님과 기덕 내외, 그리고 우리 부부 5명이 한 방에서 자게 되니 참 불편하기도 하고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