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포르투갈 여행기
지금 보니 작년 포르투갈 여행기가 없네~
2016년 6월 3일, 금.
저녁 8시에 집을 나서기로 하니 시간이 많이 남는다.
점심은 부대찌개. 햄이 오래되어 맛이 변했다.
점심 후, 이발하고 헬스에 다녀와서 짐을 싸고 6시 40분 경에 집에 온 현숙과 7시 20분에 집을 나서서 공항버스.
오늘은 시내길도 좀 막히고 운전기사의 느긋한 운전으로 인천공항까지는 1시간 10분이 걸렸다. 10시까지 운영하지만 식사는 9시 반까지만 제공하는 허브라운지에서 허겁지겁 저녁을 때우고 현숙 면세물품을 찾고는 다시 아시아나 비지니스 라운지로 들어가서 시간을 죽인다.
이번에는 다행히 여행을 다니던 중에 가장 가까운 게이트를 통과하게 되어 좋다.
비행기는 11시 55분 정각에 활주로로 들어선다.
이제는 비행기들이 20분 전에 문을 닫기로 했나보다.
그러니 지난 번 베트남처럼 시간을 딱 맞추면 안 될 일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A380.
비행기가 큰 만큼 좌석 간격도 넓은데 여기저기서 마신 술이 잠자기에 아주 적당해서 첫 기내식을 거의 졸면서 먹는다.
비행기 타고는 처음으로 5시간 정도를 푹 잤나보다.
눈을 뜨니 벌써 파키스탄 상공이라 두바이가 얼마 남지 않아 좋다.
지프로 산길샘이 처음에는 GPS를 잡지 못 하더니 발해만에서 잡았나보다.
두 번째 기내식은 느긋하게 정신을 차리고 먹고 정확히 10시간 만에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다. 다른 공항은 전부 transfer라는데 두바이는 connection이라네.
다시 검색대를 통과해서 물어물어 라운지를 찾아간다.
2010년에 터키 가면서 들린 이 공항은 흡연실이 최악이지만 면세점 등은 24시간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어서 동북아 허브라는 인천공항보다 훨씬 낫다는 기억인데 공항 구조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처음 온 것 같다.
마르하바 라운지는 음식도 괜찮고 술도 종류 별로 있는데 리스본 가면서는 잠을 많이 자면 안될 것 같아 맥주 1캔만 마셨는데 나중에 잠을 거의 자지 못 했으니 아무래도 계산을 잘못한 것 같다.
현지 시간 새벽 4시는 이 공항도 한산하더니 1시간 반쯤 지나 우리가 공항 투어를 하는 시간에는 사람들이 가득차 예전의 그 활기를 되살리게 한다.
공항은 사람들이 편하게 대기하도록 곳곳에 긴의자나 소파 등을 배치해서 참 부럽다.
우리가 다녀본 많은 공항들 중에서 가장 낫다.
리스본행 비행기를 타려는 중에 약간의 해프닝.
어쨌든 시간에 맞춰 B777-300에 들어가니 예상과 달리 큰 비행기다.
좌석을 잘 고른다고 했는데 엔진 배기 열로 시야가 약간 뿌옇고 오랜 된만큼 시끄럽다. 다음에는 예약 즉시 좌석을 확보하는 기민함이 더욱 절실하다.
두바이의 대기 상태는 예전과 변함없이 탁해서 삼성 부르즈칼리파는 그저 흐릿하게만 보일 뿐이다.
잠을 도착 2시간 전쯤에 자려고 계획하고는 기내식도 사진을 찍으며 잘 먹는다.
워낙 긴 하루이긴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2개의 라운지, A380에서 2번의 기내식, 마르하바라운지에서 약간의 식사, 그리고 또 2번의 기내식. 참 엄청나게 먹는다.
그러니 속이 계속 더부룩한데 음식을 보면 참을 수가 없으니...
두바이를 출발한 비행기는 아라비아 사막을 건넌다.
다른 곳에서 사막을 본 적이 있던가? 몇 시간을 날아도 누런 모래밖에 보이지 않는 사막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이집트 상공 다음에는 또 지중해 바다만 지나가는 거라 볼거리가 없어 심심하다.
잠도 계획대로 자지지를 않아서 시간 보내느라 고생한다.
리스본 상공에서 본 포르투갈의 첫 인상은 매우 한산하고 시골스럽다.
2016년 6월 4일, 토.
8시간을 날아 리스본 공항에는 12시 반에 도착했는데,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1시 반이 지났다.
렌터카가 없다. 한참을 헤매다가 물어물어 겨우 렌터카 직원을 만난다.
메이저 회사가 아니라서 공항 내 부스를 차지하지 못하고 시간에 맞춰 사람을 만나는 시스템인데 싼 것만 찾아다니는 내 불찰인가? 오펠을 신청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역시 차는 푸조308이다.
3만 4천여km를 달린, 거의 새 차네. 설명을 열심히 듣고 출발하는데 좀 불안하다.
첫날은 늘 그렇지. 게다가 가민의 상태가 이상하다.
그래서 엉뚱하게 리스본 시내 투어를 시작한다.
도시가 작으니 길은 금방 눈에 익는데 갈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지.
알파마 동네를 헤매다보니 좁디좁은 구시가 골목에 트램과 자동차와 관광객이 뒤섞여
매우 혼잡스럽지만 조심해서 운전은 할 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빨리 제길을 찾아 리스본을 떠나야 한다.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 겨우 고속도로에 든다.
가민이 길을 찾지 못 하니 구글이 대신해서 좋기는 하다.
길이가 엄청난 바스코 다 가마 다리를 건너니 긴장이 풀려서인지 배가 고프다.
마침 보이는 휴게소에 들어가 피자와 샌드위치로 간단 요기.
기름도 넣는다. 경유가 많이 비싸네. 리터에 1.25유로.
깊은물에게 핸들을 넘기고 좀 쉬자 했는데 갑자기 <engine failure, ESP/ASR system faulty, stop engine>이란 메시지가 뜬다.
참 정말 별일을 다 당한다.
다음 휴게소에 들러 귀여운 여직원에게 렌터카 녀석과 통화를 부탁하니 친절하게 잘 물어봐준다.
렌터카 녀석의 결론은 문제가 없으니 내일이면 그런 표시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바꿔줄 차도 없단다.
기가 막히네. 길은 가야 하니 불안한 마음으로 가다보니 한산하기맘 한 고속도로가 갑자기 정체된다. 그래서 관광버스 1대가 길 옆에서 전소되는 사고도 본다. 다행히 정체는 금방 풀린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매우 비싸고 게다가 20.45유로를 24.5유로로 착각해서 동전을 찾아 줬는데 요금소 직원 놈이 4유로를 그냥 챙겨버리네.
포르투갈의 첫 인상이 그리 좋지 않다.
A22고속도로는 카메라가 설치된 지점을 통과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인식되어 나중에 우체국에 가서 지불해야 하는 매우 불편한 시스템이다. 카드 등록하는 곳도 없고...
N125를 타고 라고스 좁디좁은 골목길을 구글의 도움으로 잘 돌아서 호텔에는 8시 20분 도착. 골목길에 호텔이 위치해서 짐만 내리고는 주차장을 찾아 다시 꼬불꼬불 골목길을 지나서 겨우 주차한다.
길가 공짜 주차장은 당연히 빈 자리가 없지.
저녁은 식당 M에서 대구요리와 돼지갈비 요리에 맥주. 예상보다 대구요리가 맛있고 돼지고기도 좋다. 그런데 종업원 녀석의 계산이 서투르네.
날이 차다. 저녁을 먹고나서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니 골목 안에 식당이 매우 많고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한다.
라고스란 동네가 내 생각보다는 훨씬 유명한 관광지인가 보다.
방에 돌아와 가민을 살펴보니 메모리 카드가 빠져있다.
기계를 살펴볼 생각은 하지 않고 기계 탓만 하다니 참 한심하다.
6월 5일, 일.
새벽 5시에 눈을 뜬다.
숙면을 취하기는 했으나 오늘은 운전을 해야 하는 날이라 아침 먹고 또 졸리지 않으려면 좀더 자야 하는데 더 잘 수가 없다.
어제의 기억을 정리하고 바닷가로 나가보니 아깝게도 해가 벌써 떴다.
조금만 더 일찍 나올 걸... 깊은물은 벌써 나와 옥상에서 일츌도 찍었다니, 나갈 때 같이 가자하지 않은 게 좀 괘씸하다.
나중에 들어가서 옥상에 올라가니 전망이 나름 괜찮다.
새벽의 라고스는 공기도 좋고 하늘도 좋은데 달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의외다.
이 호텔이 겉보기엔 매우 초라한데 속은 매우 크다.
뒷편으로는 방마다 베란다도 있다. 아깝다.
아침 식사도 매우 좋은 편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최근의 다른 호텔 식사가 부실했다는 기억 탓인가?
어쨌든 엄청나게 먹어둔다. 커피가 맛있네.
주차장에서 다시 호텔로 오는 길은 미로를 헤매는 수준인데 가민 덕분에 잘 찾아왔다.
사그레스로 가는 길에 멋진 해변이 보여 내려서 잠시 구경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바타타 해변이라는 곳인데 바위들이 만드는 경치가 매우 빼어나고 해변의 모래도 좋아 벌써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이 대서양의 물에 발도 담궈본다.
사그레스를 가려고 했던 건 그곳이 유럽 대륙의 남서단이라서가 아니라 빼어난 해변 경치를 즐기는 게 주목적인데 어쩌면 내가 보려던 경치가 이 바타타 해변 주위에 있는 게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사그레스의 요새나 성 빈센트곶이나 경치는 바다로 떨어지는 바위 절벽이 볼 만하기는 했으나 그저 그런 편이었지.
오히려 야생화들이 더 좋았나?
포르투갈의 지형은 산이 거의 없는 평탄한 구릉이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언덕의 경치는 좋다.
다시 라고스로 돌아오는 길에 Intermarche라는 이 동네 마트에 들러 점심거리를 찾아봤지만 수포.
기름이 잘 붙은 두툼한 삼겹살을 찾아서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Coimbra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기로 한다.
N125국도를 타고 스페인으로 열심히 가다가 Lagoa의 Marta Velha라는 식당을 겨우 찾아 오늘의 메뉴로 점심을 먹는다.
삼겹살을 기대하고 돼지고기를 주문했더니 퍽퍽한 살을 삶은 데다 감자, 그리고 안남미를 함께 줘서 반도 못 먹었다.
고속도로로는 3시간이면 충분한 길을 국도로만 가다보니 재미는 있는데
Faro 같은 낯선 도시에서 길을 헤매기도 하고 해서 시간은 한없이 늘어진다.
어제 애를 먹이던 차와 가민이 다 일을 잘 해주니 이러다가 진짜로 첫날 징크스가 생기겠다.
국경 다리를 건넌 시간이 포르투갈 시간으로 4시 50분.
스페인과 1시간 시차를 처음에는 잘 몰라 고작 110km 가는데 뭔 2시간씩이나 걸리냐고 가민을 나무라기도 했다.
국경 건너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통행료 걱정은 없지만 자동차 통행량이 갑자기 많아진 느낌을 주는 고속도로를 시속 140 가까이 밟으며 신나게 달리는데 30여km를 앞두고 정체다.
지도를 보니 A474도로가 좋아보여 또 국도로 들어간다.
Pilas라는 소도시로 들어가 국도를 타니 한적해져서 좋기는 한데, 길 찾느라 골목길을 다니는 시간이 정체된 고속도로의 대기 시간과 비슷할 것 같다.
하지만 국도로 다니는 게 훨씬 재밌지.
세비야 부근에서 다시 합류한 고속도로는 뻥 뚫려서 좋다.
Jentoft 호텔은 참 허름하다. 싼 맛에 잡은 건데, 앞으로 2일 이상 숙박할 호텔은 좀 좋은 곳으로 정할 일이다. 공짜 주차장이라는 말에 넘어간 건데, 미연이에게 잡아준 호텔 정도가 앞으로는 적당할 것이다.
짐을 풀고 에스파시오 메트로폴 파라솔로 간다.
소요 시간이 가늠되지 않았는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세비야는 덥다.
더욱이 골목이 많아 바람이 잘 통하지 않으니 걸을 때는 매우 더운데 파라솔로 올라가니 바람이 잘 불어서 매우 시원하다.
옥상전망대 입장료는 3유로. 일몰 사진을 찍기가 좋은 곳인데 구름이 몰려 있어서 그림이 잘 나오지 않는다.
스플리트의 황홀한 노을을 어디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일몰 대신 세비야 시내 곳곳의 불 밝힌 성당 야경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그런데 남녀노소를 불문한 한국인 관광객이 참 많다.
그다지 반갑지 않은 건 왤까?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이 잘 가는데 욕심 많은 깊은물이 욕심을 채울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10시가 훨씬 넘었다.
저녁을 먹기로 한 타파스 식당 하 블루닐다. 골목길을 돌아돌아 허위허위 찾아갔건만 10시 반에 문을 닫는 게 맞네.
8시 반에 문을 열어서 10시 반에 문을 닫아도 장사가 된다는 거지.
부럽다. 시간을 확실히 알았으면 그리 급하게 오지 않고 골목 곳곳에 사람들이 몰려 앉아 저녁을 즐기는 아무 식당에서 끼니와 술을 때울 걸...
호텔 부근 타파스 식당에서 무지하게 바쁜 주인 녀석에게 겨우 주문한 음식은 짜고, 요리 방법도 별로다.
오늘은 음식을 실패하는 날인가 보다. 호텔에는 12시가 넘었다.
6월 6일, 월.
또 새벽 5시에 눈을 뜬다.
8시 아침식사. 매우 싼 호텔이라 방은 그야말로 기본만 구비돼 있지만 식사는 괜찮은 편이다. 어제와 비슷하네.
9시 호텔을 나와 우선 강변을 따라 걸어본다. La 라는 묘한 조각 하나가 멀뚱하게 서있다. 대성당에 오니 일부 개방된 공간에서 콜롬부스의 묘를 볼 수 있다. 내 두 번 다시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유언을 충실하게 지켜 네 명의 왕이 관을 떠받들고 있게 만든 발상이 참 부럽다.
개장 시간은 11시. 1시간여가 남아 주변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깊은물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잠깐 졸기도 했다. 이 대성당을 보겠다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아침부터 길고긴 줄을 만든다. 히랄다 탑에 올라가기로 했으니 9유로나 되는 비싼 입장료를 할 수 없이 내지만, 참 많이 억울하다.
스페인 광장을 다시 보기 위해 세비야에 다시 왔는데 특별히 관심 있는 곳이 있지도 않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움직이기가 싫어서 몰려드는 관광객을 멍하니 구경하는 것도 재미는 있다. 어디서나 사람 구경이 가장 재밌지?
성당 안에 들어가서 이번에는 콜롬부스의 묘를 좀더 자세히 보고 히랄다 탑을 올라간다. 걸어 올라가는 높이만 42m인데 옛날 왕이 말을 타고 올라갈 수 있게 경사로로 만들어 오르기는 매우 쉽다. 일찍 들어온 편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아 좋네.
탑 위 전망대에서 재밌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한국인 단체가 몰려 올라온다. 참 많이도 온다. 다시 내려와 보니 그새 엄청난 사람들이 들어와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성당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징그럽고 부럽다.
성당에서 나와 어제부터 갈망하던 파타스 식당 La Brunilda에 가니 시간이 15분쯤 남았다. 부근에서 어슬렁거리며 더위도 피하며 시간을 보내다 1시 정각에 가니 그래도 문을 열지 않는다. 안에 누군가가 일을 하는 중이라 문을 두드리니 손짓만 한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와서 오늘은 노는 날이라네.
정보를 준 인간들의 부실한 정보와 스페인어를 모르는 우리의 무지가 빚어낸 참사. 일요일은 낮에만 하고, 월요일은 쉬는데 그걸 모르고 어젯밤과 오늘 낮에 와서 기다리다니 참 어이가 없다.
그래서 깊은물이 검색해온 식당을 찾아 다시 대성당 근처까지 10여분 걸어가서 식당에 가니 한국인 손님이 바글거린다. 이 골목은 완전히 먹자골목이다. 네이버 유랑에 소개된 식당이라 한글 메뉴까지 있다.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지겹기도 하다. 타파스 몇 개와 쇠고기 등심 요리. 음식은 맛있네. 맥주도 채운다. 더워서 시원한 맥주가 최고다.
호텔에 돌아와서 우리도 시에스타 낮잠. 5시에 만나서 스페인광장에 가니 6시 정도인데 완전히 한여름이다. 땡볕이 너무 뜨거워 매우 피곤하다. 그래도 관광이랍시고 사진도 찍으며 놀다가 노점에서 500ml 2병을 3유로나 주고 물도 사야 했다.
세상에 아무리 관광지라도 이런 바가지라니...
해가 좀 기울어지니 무지개가 생기는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다. 외국인 늙수그레한 부부를 찍어줬는데 시간도 많으면서 좀더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어주지 않은 게 아쉽다.
사진을 열심히 찍는 깊은물을 기다리는 건 좀 짜증이 나는 일이다.
저녁은 빠에야 식당을 찾아 광장 인근 식당동네를 헤매다가 엉터리 블로거의 부실한 정보에 분개하고는 다른 식당에 가서 어렵게 어렵게 주문을 한다. 말이 할 줄 몰라도 왠 만큼은 의사가 통하는데 고정관념은 그나마 그런 소통도 막는다. 그래도 이 술집의 빵이 참 맛있어서 좋다. 맥주도 싸네.
6월 7일, 화.
새벽에 강변에 나가보니 어제 그 못 생긴 개가 또 나와 놀고 있다. 참 재밌는 녀석인데 어떤 노숙자 같은 사람에게 열심히 짖는다. 짖기도 하네.
어제와 똑같은 아침식사. 양을 좀 줄였다. 불현듯 유라시아나 세계일주 수 개월을 이런 음식으로 아침을 해결해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캠핑을 하면 큰 문제는 없지만 호텔식으로 몇 개월을 버티는 건 좀 어렵겠지? 하지만 어쩌겠어???
9시 30분, 아마도 한 번쯤은 더 오게될 세비야이지만 다시는 오지 않을 Jentoft 호스텔을 출발한다.
스페인은 고속도로 통행료를 거의 받지 않으니 참 좋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조금 올라가니 그저께 세비야로 오면서 감탄을 금치 못 하게 했던 해바라기 밭이 또 펼쳐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을 가득 메운 해바라기는 정말 장관인데 차를 세워서 사진 찍기에 마땅한 곳이 없어 눈과 마음으로만 담는다. 아깝다.
휴게소가 필요해 들어간 Santa Olalla del Calla는 매우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 동네 시골이 다 이런 분위기지? 마트에 들러 물과 껌, 그리고 체리를 산다.
자프라를 지나 바다호스에서 기름을 넣고 금방 국경을 지난다. 국경에는 국경사무소 같은 건 당연히 없고 여기부터 포르투갈이라는 이정표만 있다. 포르투갈에 들어서자 곧게 뻗은 길이 참 예쁘다. 약간 산지라 그런지 리스본 동네보다는 나무가 많아 좀 덜 삭막하다.
점심 때가 되었으니 밥을 먹어야지. 오는 중에 곳곳의 목초지에서 방목되는 소들을 보니 문득 쇠고기가 먹고 싶다. 작은 시골마을 Alphalhao에서 조그만 식당을 찾는다. 식당이라고는 여기밖에 없어 보이는 조그만 마을인데 나중에 나오면서 보니 몇 개가 더 있긴 하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이 조그만 시골 식당에서 먹은 쇠고기 스테이크는 정말 환상적이다. 양도 많고 고기도 맛있고 게다가 값까지 싸다. 다음에 또 오게 되지는 않겠지.
기분 좋게 길을 떠나는데 양쪽으로 야생화가 예뻐서 사진을 찍고 조금 더 가니 Lisa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많이 커보인다. 혹시하고 i에 들어가 우체국을 물어보니 잘 가르쳐준다. 통행료 내려는 사람이 많은지 금방 알아들어서 좋다.
우체국에서 통행료 내는 건 매우 간단해서 그동안의 노심초사가 억울하다. 부실한 정보는 늘 사람을 힘들게 한다. 3.47유로. 마을이 예뻐서 잠시 사진을 찍고 다시 출발,
카스텔루 블랑쿠와 에스트렐라 산 아래 대학교까지 있는 Covilha까지는 너무 졸려서 핸들을 넘긴다. 이 동네는 집들이 모두 새 집이라 최근에 이루어진 듯하다.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살까 했는데 찾을 수가 없어 일단 산장으로 올라간다.
산장에 짐을 풀고 밖에 나오니 온 천지에 노란 꽃이 만발해 경치가 환상적이다. 이런 경치를 보면 정말 여행 떠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지.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고 일단 정상에 다녀오기로 한다. 올라가는 길이 아무리 잘 닦여 있어도 1,990에 가까운 고산을 넘어가는 도로로 올라가는 거니 좀 무섭지만 내색하지는 않는다. 정상은 벌판이고 북쪽으로는 스키리프트가 있는데 참으로 황량하다. 한동안 황당한 정상에서 놀다가 내려오면서 경치를 즐긴다. 좋다. 정상에 올라가는데 이 높은 곳을 올라오는 자전거도 보이고, 정상에서는 렌트 스쿠터로 올라온 젊은 부부도 있다. 부럽다. 내가 이 산꼭대기에 처음 온 한국인이기를 바라는 건 정말 과욕일 터. 하지만 한국인이 거의 오지 않는 곳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저녁은 동네 식당 Veranda da Estrela.
젊은 종업원 녀석이 친절하고 수다스럽게 주문을 받는다. 기름이 많은 송아지 삶은 요리와 적은 것. 손님이 줄을 잇는데 거의 모두 이 요리를 주문하다. 와인이 맛도 있고 싸다. 두 병째는 반만 비우고 숙소로 들어왔는데 술이 취하는지 반이나 남은 와인을 그냥 두고 잔다.
6월 8일, 수.
일출이 5시 50분이란다. 4시 50분에 일어나 로비에 나가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5시 30분에 해가 뜬단다. 서둘러 차를 끌고 산장 오른 쪽의 민가 동네로 올라간다. 차를 세우고 산에 올라가니 이건 산이 아니고 그냥 평평한 언덕이다. 저 멀리 가장 높은 곳이라 생각되는 곳에 바위덩어리가 하나 있어 허위허위 올라갔더니 그곳에서 오른 쪽으로 더 더 높은 바위가 있는데 시간도 모자랄 것 같고 귀찮아서 그냥 찍어보기로 한다. 그런데 구름이 없어서 황홀한 일출은 없이 그냥 해만 뜨는 곳이라 감흥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 에스트렐라 산에서의 일출이 기억에 남는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해는 5시 55분쯤에 떴다.
아침은 8시 30분. 유스호스텔답게 매우 간단한 식단이다. 빵, 1인당 1개씩 배당된 과일, 접시에 담긴 햄과 치즈 한 장씩, 그리고 요거트. 모자라면 더 먹어도 된다고 주방 아줌마가 친절하게 일러주는데 더 먹어지지가 않는다.
9시 30분 매우 인상적인 에스트렐라 산을 떠난다. 해발 1990m 정도의 정상에 정확한 고도표지석이 보이지 않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높고 유일한 스키장이 있는 산. 마치 고원을 이룬 듯한 평탄한 산. 정상을 넘어가는 길을 가면서 이 독특한 지형을 열심히 담는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산을 내려가니 곳곳에 이루어진 산촌이 예쁘다. 길도 옛날길이라 매우 굴곡이 심하네. 한참 가다가 핸들을 넘기고 눈을 뜨니 코임브라가 70km 남았다. 가민은 계속 고속도로로 가라고 하지만 그 말을 듣지 않은 건 오래 되었지. 코임브라 시내에 들어가 강변주차장에 주차하고 나오니 햇볕이 맹렬하다.
현숙의 양산을 보고 비가 오지 않으니 접으라고 참견하는 사람도 있군. 모처럼 버거킹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불안한 마음을 더위 핑계로 감추고 숙소를 찾기로 한다. 가민 덕분에 잘 찾았는데 구글에서 보았던 집이 아니라 약간은 황당했다. 어렵사리 주인을 만나 힘들게 주차하고 집에 들어선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하룻밤 유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잠시 쉬다가 꾸임브라 시내 관광을 나선다. 5시 정도가 되니 좀 시원한 느낌이다. 마트를 찾아 삼겹살 가격을 확인하고 나오니 정육점이 또 있다. 구시가를 거쳐 13세기에 세웠다는 꾸임브라 대학에 가본다. 내부 관광은 9유로나 달란다 해서 우리는 기꺼이 내부 관광을 포기한다. 밖에서만 봐도 고색창연한 세월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데 굳이 돈 써가며 어려운 건축 공부를 해야 할 필요는 없지. 이 오랜 세월과 젊은 청춘들이 어울린 풍경이 참 보기 좋다. 이곳 젊은이들은 참 예쁘다.
정육점에 들러 삼겹살을 사고났더니 1kg에 5.2유로밖에 하지 않는 쇠고기 등심이 너무 싸서 결국 지른다. 세상에 고기가 이렇게 싼 나라도 있나? 이러니 알팔랴 그 시골의 식당에서 그 크고 맛있는 스테이크를 10유로에 팔 수가 있지. 하지만 이 쇠고기를 어떻게 해먹냐는 큰 숙제가 남긴 했다.
그릇과 포크 나이프 등을 꺼내고, 상추 씻고, 마늘 까고, 쌈장 꺼내고, 밥 안치고, 드디어 삼겹살을 굽는다. 껍질이 고소하게 잘 익어 참 맛있다. 굳이 이 먼 포르투갈까지 와서 이런 호들갑을 떨어야 하나 싶긴 한데, 할 수 있으니 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
골말 건을 실토하니 분위기가 조금 식는다. 우리와 전혀 관계없는 인간 때문에 우리 분위기가 식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6월 9일, 목.
처음으로 흐린 날, 제비가 많아 부럽다.
꾸임브라에서 며칠을 묵으며 지냈다는 여행자도 있다는데 시간이 많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우리는 시간도 없고 어제 둘러본 구시가나 대학 정도로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아침을 먹고는 바로 출발한다.
어제 사온 쇠고기 반으로 국을 끓이고 반은 구워서 아침부터 매우 거하게 식사. 불과 17유로 정도로 이렇게 근사하게 2끼를 해결하니 참 좋다.
N111-1 도로를 찾느라 잠시 헤매다가 꾸임브라B역 옆으로 난 길로 제대로 접어든다. 땅덩이가 그리 넓지 않은 포르투갈에 곧게 뻗은 길이 많은 건 참 신통하다.
아베이루 역시 조그만 동네라 길을 따라 쭉 가다보니 금방 운하가 나온다. 2시간 주차권을 사서 붙이고 가난해보이지만 인상이 좋은 호객꾼 아줌마를 따라 배를 타러간다. 원래 8유로인데 다른 단체와 같이 타면 5유로로 깎아준다는데 타고 보니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니기도 했다. 이 동네에 운하가 왜 필요한지는 모를 일이지만 뱃사공이 염전과 소금을 강조하는 걸 보니 소금 운송에 필요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운하를 따라 배가 가면서 뱃사공은 소금과 새로운 건물 등만 집중적으로 안내한다. 그만큼 아베이루 이 동네는 볼 게 없다는 말이지. 하지만 45분 동안 배를 타고 돌아보는 건 좋다.
배에서 내리니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아서 바삐 점심을 해결하러 간다. 어시장 바로 앞에 있다는, 모 블로거가 소개한 식당을 겨우 찾으니 그가 포스팅한 7유로 오늘의 메뉴는 이제 없어졌나 보다. 할 수 없이 돼지고기와 생선구이. 삶은 감자를 곁들인 정어리 구이는 참 먹기 힘들다. 세비야로 가는 중의 점심 식당에서 이 음식을 보고 저걸 어떻게 먹냐고 타박한 그 음식을 먹어야 하다니... 겨우겨우 그냥 배만 채우자며 꾸역꾸역 먹고는 아베이루를 출발한다. 시간이 없어 이런 단편적인 인상만으로 아베이루를 기억하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포루투를 향해 다시 N109국도로 들어서니 가민은 여전히 고속도로로 들어서라고 성화인데 무시한다. 가다보니 아마도 황새인 듯한 두루미 종류 새들의 둥지가 매우 재미있어 잠시 차를 돌린다. 시베리아 등지가 주 서식처인 황새가 이 포르투갈에 서식할 리는 없겠지만 날개 꼬리 부분의 검은색은 황새와 똑 같네.
핸들을 넘기고 고속도로로 간다. 가민이 모처럼 조용하다. 한잠 푹 자고나니 포르투 시내다. 핸들을 넘겨받아 조금 더 가니 금방 이파네마 파크 호텔이다. 기분좋게 체크인하려는데 이 호텔이 아니고 이파네마 포르투라네. 세상에, 익스피디아에서 싼 게 나왔다고 포르투와 파크를 구분하지 않고 덜컥 예약하고는 파크라고 여행 내내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니. 그러고는 5성호텔을 싸게 잘 예약했다고 의기양양하는 꼴이라니... 이파네마 포르투도 4성이라 괜찮긴 하지만 방금 5성을 보고온 눈에 찰 리가 만무하지. 어쨌든 짐을 풀고 시내 관광에 나선다. 다행히 이파네마 포르투가 시내와는 가까워서 관광하기에는 더 좋다. 방향을 정하고 가다보니 공원이 나오는데 나무들이 참 신통한 모습으로 서 있다. 나무 이름을 다 알려는 건 지나친 욕심이지. 시내를 가로질러 걸어가서 포르투에서 가장 높다는 Torre dos Clerigos에 올라가려고 3유로 표를 사는데 깊은물이 지갑이 없다네. 일단은 표를 사서 수십 개 계단을 걸어올라가 시내를 둘러보고는 아무래도 불안해서 호텔로 돌아와 방에 확인해보니 지갑이 없다. 파크호텔에 물어보니 다행히 그곳 프론트에 누가 맡겨놓았단다. 차를 가지고 파크 호텔에 가서 지갑을 찾는다. 안에 든 돈 145유로 중에 5유로만 남기고 다 가져갔단다. 카드는 가져가야 쓰지도 못 하니 그냥 두는 모양이다. 정신없는 여편네라고, 그런 걸 소파에 두고 오면 어쩌라는 거냐. 할슈타트에서는 폰을 두고 와서는 수십 킬로미터를 돌아가게 하더니...
차를 가지고 나온 김에 포르투 투어를 잠깐 하기로 한다. 걸어서 갔던 길을 차로 가다가 루이스다리를 볼 만한 언덕에 잠시 차를 세우고 루이스다리부터 본다. 우리는 왜 관광이라는 걸 할까? 주차 사정이 매우 좋지 않은 포르투에서는 어찌어찌 차를 세우면 누군가가 나타나서 안내를 해주고는 나갈 때 주차비 또는 별도의 팁을 요구한다. 20센트 줬더니 좋아한다. 어제 아베이루 아줌마에게는 50센트를 줬다.
김도 새고 힘도 들어서 저녁은 호텔 인근 포루투갈 전문 식당에서 간단하게 먹기로 했는데 가보니 매우 고급스런 식당이라 약간 실망했다. 그러나 해산물쌀죽을 잘 시켜서 맛있게 잘 먹고 돌아와 뻗었다. 한 잔에 4유로짜리 포트와인을 먹어봤는데 내 입에는 맞지 않아 포트와인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어 좋다.
6월 10일, 금.
어제 오후에 살짝 맛만 본 포르투를 오늘은 본격적으로 느껴보기로 한다. 예정 일정은 오전에 상 벤투역과 루이스다리.
호텔의 아침 식사가 매우 훌륭하다. 그동안의 션찮은 숙소들에서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빵 종류와 에그타르트, 다양한 치즈와 햄, 과일에 삶은 달걀까지. 파크호텔의 아침이 좋다는데 여기서 얼마나 차이가 날까 싶다. 그런데 느긋하게 즐기자 하고 열심히 먹다보니 또 그게 그거네. 포르투갈의 첫 호텔인 마고스마르의 식단보다 조금 나은 정도로 생각을 바꾼다. 서양식 아침식사가 그렇지. 이 호텔의 식단이 훌륭해 보인 건 어쩌면 식당의 규모나 음식의 배치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거하게 아침을 먹고 10시에 관광을 나선다.
어제 가지 않은 길로 상 벤투역.
포르투는 조그만 동네인데다 골목이 많아 일단 방향만 정하고 골목골목을 누비다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작고 예쁜 돌이라는 뜻의 아줄레주는 그림을 그린 타일인데 포르투갈 어디서나 볼 수 있고 특히 상 벤투역은 내부 전체에 아줄레주로 장식되어서 미술관처럼 감상꾼들이 몰린다. 푸른 색으로 일관된 그림은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제작시기가 매우 궁금해졌다.
상 벤투역을 나와 언덕을 넘으면 루이스다리. 2층으로 된 다리는 모두 걸어서 건널 수 있는데 2층은 트램이 다니고 1층은 자동차가 다닌다. 2층을 건너면 내려가는 케이블카도 있는데 5유로씩이나 주고 타기는 싫다. 내려갔다가 돌아올 때는 1층을 건너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올 예정이었는데 하필이면 쉬는 날이라 계단 수십 개를 걸어서 올라와야 했다. 내 무릎이 고맙다. 다시 상 벤투역 부근으로 와서 대형 바람개비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경치를 보고 점심식당인 Fedro dos Frangos. 2시 10분에 입장, 20여 분을 좁은 계단에서 기다리다가 3층으로 올라가 주문하고 30분을 더 기다려 음식이 나와 다 먹고 나오니 3시 50분. 멸치구이를 주문했는데 정어리(sardine)구이로 잘못 나와서 다시 오는 바람에 시간이 더 걸렸다. 호텔로 걸어오면서 길을 잠시 헷갈려 4시 40분에 도착한다.
5시 20분에 택시를 타고 크루즈 선착장으로 가는데 강변도로 정체가 대단해 결국 중간에 내려서 걸어가야 했다. 미터는 7.9유로인데 계산은 8.7유로로 나온다. 6시에 끝난다는 엉터리 정보를 믿고 허둥지중 택시를 타고 달려왔는데 이쪽에서는 7시까지 있단다. 이번 여행에서는 블로거는 물론이고 현지인까지 엉터리 정보가 왜 이리도 많으냐... 12.5유로 짜리 크루즈를 둘이 태워보내고 혼자 근처 식당에서 맥주와 샐러드 7유로. 쓸데없이 돈을 쓴다. 그냥 맥주나 한잔 할 걸.
날이 점점 쌀쌀해진다.
다리 1층을 건너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는다. 현숙은 또 삼겹살 구이, 여기서는 갈비라고 하네. 대망의 francesinha. 포르투의 향토음식이라 할 프란체시나는 치즈, 햄, 스테이크, 달걀 등으로 만드는 고칼로리 샌드위치.
웨이터 녀석은 자기네 음식이 가장 좋다는데 알 수는 없다. 샌드위치 종류가 그렇듯이 품위 있게 먹기는 매우 힘들다.
날씨가 더 쌀쌀해져서 밖에서 담요를 두르고 버티던 사람들이 안으로 들아올 정도인데 노을이 지고 동네와 다리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사진을 찍어야지. 삼각대를 받치고 찍으니 확실히 사진이 좋은데, 알면서도 귀찮아서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벌벌 떨면서 사진을 찍는데 감기 기운이 남아 있는 현숙이 의외로 잘 버틴다.
택시 타고 돌아온다.
6월 11일, 토.
두 번째 먹으니 어제의 화려함이 약간 줄어드는 느낌.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 큰 에그타르트로 특식을 만들어 제공한다. 매일 똑같은 식단에서 특식을 하나씩 만들어주는 건 참 괜찮은 서비스다.
포르투를 떠나기 전에 시내투어를 잠깐 하기로 한다. 인터넷에서 봤던, 카르마 성당에 붙은 포르투에서 가장 좁은 건물을 보러가다 보니 벼룩시장이 보인다. 어렵사리 주차를 했는데 불법주차가 아닌가 싶어서 우리는 건물만, 깊은물은 벼룩시장만 보고 황급히 차를 뺀다. 견인되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으면 주차비 약간 더 내는 건 감수할 만한데, 어제 나오면서 견인되는 현장도 본 터라 겁을 낸다.
시내 투어를 계속하고 싶어도 주차할 곳이 마땅찮고, 이제 볼만한 것도 별로 없고 해서 그냥 고속도로로 간다. 가까운 길이 있는데도 가민은 길을 돌리네.
고속도로는 여전히 한산하고 시원하다. 가다보니 전자식 구간이 끝나면서 통행권을 뽑게 되어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서는 결국 중간에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통행료를 정산하고 다시 떠나기도 했다.
고속도로 주변으로도 수피가 지저분하게 벗겨지는 나무들이 줄을 잇는데, 전세계 코르크의 90%를 포르투갈이 공급한다니 아마 저 지저분한 나무가 그 코르크 나무가 아닐까 싶지만 확인할 수가 없네.
아베이루 부근을 지나면서는 다시 그 황새 같은 새들 무리를 본다. 좀더 내려가니 웬지 익숙한 느낌의 오비도스라 마을이 나온다.
일단 들어가보니 언덕에 성채가 하나 보인다. 초입은 한산한데 호텔이나 식당이 쉽게 눈에 띄네. 주차도 쉽다. 성문 안으로 들어서니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점점이 떠있는 구름, 그리고 건물의 하얀 벽과 간간이 보이는 파란 색 벽 장식 등이 기막히게 어울리는 경치가 나타난다. 조금 더 올라가보니 제법 넓은 광장이 나오고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이런 경치가 있으니 사람들이 몰리는 건 매우 당연하지. 성곽 위로 성을 걸어서 한 바퀴 돌게 되어 있어 우리도 성곽걷기를 한다. 바빠서 1/4 정도만 걸었지만 두보르브니크보다 훨씬 낫다는 느낌이다. 이곳의 특산물은 일종의 과일주인 Ginja라는 술인데 맛을 볼 기회가 나중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 술맛은 포기한다. 구경을 마치고 떠나면서 보니 수도교도 보인다. 스페인 세르비아 정도의 규모나 느낌은 아니지만, 이 성곽과 수도교 등을 묶어 관광코스로 개발한다면 매우 뛰어난 관광지가 될 것 같은데, 내 소관이 아니니...
점심은 다시 시골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가다보니 노인네들이 건물 차양에서 땡볕을 즐기는 조그만 동네가 나온다. 마침 식당도 있어서 싸고 맛있는 점심을 먹는다. 미니 수퍼복도 있다. 문어 오븐구이 맛은 정말 훌륭한데 소고기 스테이크는 좀 별로다.
이제 남은 목적지는 호까곶과 페냐성.
호까곶을 먼저 보고 페냐성에 갈 예정으로 길을 잡았는데 이유는 모르지만 내가 계획단계부터 길을 헷갈렸고 그래서 A21번 끝으로 간다. 대서양이 시원하고 여전히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가 절벽 아래 아담한 해변을 메웠다. 야외 활동을 참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페냐성 입장 시간이 7시까지라 페냐성에 먼저 가야하게 생겼다. 길을 도는 게 싫어서 호까곶을 먼저 가기로 한 건 역시 좋은 계획이 아니었다.
페냐성으로 가다보니 저멀리 산꼭대기에 비슷한 성이 보여서 설마? 했는데 그 꼭대기 성이 맞네. 성 근처까지는 잘 갔는데 주차장을 찾느라 가민이 성 주변을 이상하게 돌린다. 결국 구글의 도움으로 주차장과 매표소를 겨우 찾는다. 그런데 그 매표소도 정문이 아니라는 거... 무어성 길을 잠시 가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돌아나와, 차를 정문 매표소 부근에 주차시키고 성으로 들어간다. 시간이 많이 늦어 입장이 안 된다면 어쩌나 싶어 걱정을 하기도 했다. 성 내부까지 보는 14유로 입장권은 늦어서 팔지 않고 테라스까지 가는 10.5유로 입장권만 파는데, 매우 합리적인 방식이다.
포르투갈의 합리적이고 인본적인 사고 방식은 신호 체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서 부럽다. 보행 신호가 켜지기 전에 차량 정지 신호가 먼저 켜져서 차량들이 완전히 정지한 뒤에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게 하는 건 참 좋다. 신호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건너가기도 하지만 신호가 있는 곳은 대체로 신호를 지킨다.
늦은 덕분에 관광객들이 다 빠져나가서 여유있게 성을 관람할 수 있으니 좋다. 노랑색과 주홍색으로 치장된 성은 다소 유치찬란해 보이기는 하나, 칙칙한 색깔의 다른 성들과는 확실히 구분되고 이 유치한 색깔로 이름이 났으니 유치한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테라스에서 성을 보는 것도 좋고, 성벽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게 하니 한 바퀴 둘러보면서 시원한 전망을 즐기는 것도 좋다. 꼭대기에 짓느라고 당시 사람들은 고생이 많았겠지만, 그 덕분에 후손은 돈을 번다. 한 바퀴 돌고나서 다시 테라스로 오니 당시 왕과 왕비 복장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있어 사진도 함께 찍어준다. 이런 경우 대개 돈을 요구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은 게, 이날 한국에서 온 유니세프 행사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왕족만 아니라 나팔을 부는 병사들도 기꺼이 사진을 같이 찍어주는데, 나팔 솜씨는 영 아니올씨다네. 한가하게 구경을 잘 하고 이제 호까곶. 길이 좁은 꼬불길인데도 쌩쌩 달리는 놈들이 많아 불쾌하다.
호까곶.
유럽 대륙의 서쪽 끝. 내가 유럽 대륙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인데도 왠지 가슴이 찡한 듯하다. 내 감성이 유치한 탓일 게다. 바람이 매우 부는데 바닷바람이라 온몸이 금방 눅눅해지는 느낌이다. 마침 시간이 해지는 시간이라 낙조 근처에 몰려 있는 구름들이 환상적인 노을을 보여줄까 기다렸는데 색깔을 조금 내는 듯하다가 그냥 끝내버리네.
리스본 호텔까지는 고속도로로 40분 정도 걸린다. 대도시 부근이라 차들이 좀 많긴 하지만 예정 시간에 잘 도착해서 아마조니아 리스보아 호텔에 체크 인.
짐을 풀고 외부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식당이 많지 않아서인지 호텔 옆 식당에는 관광객 한 무리로 빈틈이 없고, 우리가 찾아간 식당에는 마침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이들이 모여 왁자지껄 활발하다. 또 돼지고기. 온 나라가 전체적으로 식단이 참 단순하다는 느낌이다. 젊은이들은 식사가 끝나면 카운터로 몰려가 각자가 먹은 밥값을 따로따로 계산을 한다. 주인이 매우 복잡하고 귀찮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늘 그래 왔으니 그러려니 하는 것일 게다. 어쨌든 생소하네.
6월 12일, 일.
도착 첫날, 라고스 가는 길을 헤매다 돌아본 리스본 시내 관광에 나선다.
아침 하늘은 적당히 흐린데 호텔을 나서니 해가 뜨겁다. 2km거리의 Restauradores 광장으로 걸어가면서 무슨 축제를 준비하는 듯한 시설을 궁금해 한다. 설마 지금 한창 열기를 뿜고 있는 유럽 컵의 거리 응원은 아니겠지. 6.5유로면 거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리스본 1일권부터 산다. CTT를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논단다. 일요일에도 일한다는 정보를 버젓이 책에 올리는 놈들의 강심장이 정말 밉다. 와이파이 5M에 1유로를 받는 Turismo에 가서 지도를 챙기고 Rossio광장을 거쳐 테주 강가로 나가본다. 그간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더운 날씨 때문인지 벌써 지친다. 기차역 쪽으로 걸어가서 한참을 기다려 15번 트램을 타니 인간들이 너무 많아 제대로 설 수조차 없을 정도다. 벨렘역 다음 제로니모 수도원역에 내리니 엄청나게 화려한 교회에 눈이 부시다. 교회와 나란히 붙은 수도원도 좀 덜하긴 하지만 대동소이하다. 이런 곳에서 제대로 수도가 될까? 그래도 바깥보다는 안이 덜 더우니 괜히 교회에 들어가서 바스코 다 가마의 관을 본다. 교회에서 나와서 에그타르트를 맛있게 한다는 집앞에 가보니 줄이 엄청나다. 지겹다. 옆집 파오 머시기에서 케밥 등으로 점심. 더우니 음료수는 거의 맥주다. 버스 두 정거장을 가야 하는데 길을 몰라 한 정거장 만에 내린 탓에 땡볕을 한 10여분 걸어가서 벨렘탑을 본다. 관광이라는 게 뭔지, 이름이 난 건 안 보면 서운하고 본다고 해서 특별히 알아지는 것도 없고...
더위와 피로로 더 이상 관광이 어려워 버스를 타고 일단 호텔로 철수하기로 하는데 지도도 없이 버스를 갈아타고 가는 게 참 어렵다. 어찌어찌 타게 된 마을 버스는 동네 구석구석을 쑤시고 다닌다는 느낌이다. Rota에서 내려 호텔 들어가기 전 조그만 마트에서 물 한 병에 0.15유로라는 놀라운 가격을 본다.
호텔에 퍼져 있다가 6시 반에 28번 트램을 타고 한 바퀴 돌 예정으로 다시 호텔을 나서니 경찰이 곳곳의 도로를 차단하는 등 분위기가 이상하다. 이번에는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까지 지하철을 타고 간다. 28번 종점에 갔더니 축제 때문에 운행이 중단되었다네. 어쩌겠어? Jorge성까지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성 주변도로를 걸어걸어 갔더니 역시 이미 입장 시간이 지났다.
정문 경비하는 흑인 친구가 전망 좋은 다른 곳을 알려준다고 열심히 설명하는데 듣고나서니 축제 때문에 만들어진 인산인해가 걷는 것조차 어렵게 한다.
축제의 주광장은 헤스 광장인데 높은 곳에 올라와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알파마 곳곳의 전망대와 차량이 완전히 통제된 도로도 술과 음악과 춤이 넘쳐나는 축제의 현장이 되었다. 보는 건 즐거운 일이고, 이런 축제가 없는 불쌍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몹시 부러운 풍경이지만 정어리 구이 냄새는 정말 징그럽다. 삼겹살도 바싹 굽고, 돼지껍데기도 잘 먹는다. 이건 내 취향인데 어울려서 같이 마시지는 못 한다. 소심하거나 쭈볏거림이 심하거나...
사람과 냄새에 지쳐서 가게에서 맥주캔을 사들고 계단에 앉아 잠시 피로를 푼다.
지하철로 다시 호시우 광장의 아우구스타 거리의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TV에서는 지금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에서 벌어지는 축제 현장을 생중계한다. 맥주와 빠에야, 삼겹살 구이에 문어 샐러드로 저녁을 먹으며 다시 이들의 축제를 부러워한다. 끝내 문어밥은 먹지 못 했다. 귀한 물은 식당 밖 노점에서 얼어있는 큰 놈을 하나 1.5유로에 산다.
식사가 끝나고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으로 가는 길은 사람을 뚫고 가는 수준이다. 공연팀이 광장에서 공연을 마치고 나가면 그 길 양옆으로 도열한 사람들이 뜨겁게 환송하고, 공연팀은 그에 화답하여 나가면서도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고...
지하철은 예상보다 붐비지 않아 호텔까지 잘 왔는데 결국 파김치다. 그런데 이 정말 시원찮은 호텔은 샤워기 고장으로 마지막 밤을 장식하네.
6월 13일, 월.
고장난 샤워기로 어찌어찌 겨우 샤워를 하고 어제와 변함없는 식단으로 아침식사를 마친다. 빵과 치즈, 햄 등의 식사가 이젠 지겹고, 이런 음식으로 아침을 때워야 하는 서구인들이 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과하지만 그래도 이 빵과 햄 등이 너무 지겹다.
10시 호텔을 출발하면서 시간이 남아 간단하게 시내투어도 할 겸 기념품도 좀 사볼 겸 해서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지만 소득은 없다. 주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도 공부를 거의 하지 않은 탓이다. 시내에서 시간을 죽이다 11시 5분쯤 공항에 도착하니 렌터카 녀석이 나와 있다. 뭐라고 심하게 따져야 하는데 말이 되지 않으니 억울하다.
공항 CTT도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녀석이 말하길래 나중에 인터넷으로 통행료를 해결해야 하나 했는데 영업 중이라 골치 아픈 통행료를 시원하게 해결했다. 부실한 정보 투성이인 포르투갈.
비행기 보딩패스만를 찍고 들어가니 바로 면세점이라 이것으로 출국 수속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면세점에서 포트와인과 치즈 등으로 선물을 사는데 좀더 포르투갈다운 선물을 사지 못한 게 아쉽다.
빈치공항의 아나라운지는 그 이름 때문에 일본 ANA항공의 라운지라 착각하게 해서 혹시 초밥이 있을까 기대했는데 역시 착각이다. 와인, 사그레스 흑맥주, 위스키 언더락 등으로 비행기에서 잘 준비를 마친다. 마지막 날은 좀 여유있게 선물 등도 준비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야 할 것이다. 끝났다고 생각한 출국 심사는 게이트 입구 앞에서 한다. 그런데 게이트가 너무 멀어 또 사람들을 뛰게 만든다. 나 역시 부실한 정보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한심하다.
6월 14일, 화.
잘 자고 좀 있으니 두바이 도착인데 필드에 내려주고는 버스로 15분이나 간다. 멀다. A터미널의 마르하바 라운지는 안에 흡연실까지 있어서 참 좋다. 음식은 할랄식이라 맛이 없네. 면세점에서는 담배, 특히 한국 담배를 엄청 싸게 팔아서 할 수 없이 영오 담배를 또 산다. 내 잎담배도 챙겼는데 필터도 없이 피울 수가 있을까?
귀국편 A380은 좌석이 앞쪽이네. 비행기 좌석도 예약이 끝나면 바로 확정해서 좀더 편한 좌석을 차지할 것. 이륙하고 금방 밥이 나온다. 양고기 카레를 먹어보니 인도카레 맛이 괜찮다. 음식과 술을 계속 마신 터라 술은 마시지 않기로 한다. 술을 마시고 자는 게 차라리 나았나?
오는 내내 비몽사몽이라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 한 건 시차 극복을 위해 차라리 나았다. 이렇게 비행기를 오래 타는 여행에서는 가능하면 비즈니스석을 살 것이다. 아무리 비행기가 커도 장시간 비행은 힘들다. 몸이 힘드니 기내식도 맛이 없어 마지막 쇠고기 국이라는 스튜는 거의 남겼다. 4시 55분 도착해 입국장에 들어서니 메르스 검역이 한창이다. 제때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 하고 애꿎은 백성 수십 명을 죽이는 한심한 정부가 참 밉다.
영등포행 공항버스가 막 떠나서 20여분을 기다려 집 앞에 잘 내렸는데 그놈의 담배 때문에 아까운 포트와인 한 병을 깬다. 참 한심한 인간이다.
저녁은 준하 생일 때 남은 서더리로 매운탕. 우리 음식이 이렇게 맛있어서 장기 여행은 어떻게 하나? 비행기에서 챙긴 와인 한 병을 비운다.
연하가 그동안 살림을 잘 꾸려왔네.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지.
● 반성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그려.
● 다음 여행은 좀더 계획을 치밀하게 짜야할 듯요. 아니면 패키지로 한숨을 돌리든지.ㅎㅎㅎ
● 이번 여행은 이상하게 나도 별로 준비 못했고-정신없이 바빠서...-
● 포루투갈이 작다고 좀 무시했는지도.
● 다음엔 차분히 준비해서 가지요, 미련이 남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