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린을 2박 잡아놓고도 사실 탈린 구경은 반나절로 그치고 에스토니아 관광에 나선 철없는 우리들.ㅎㅎ
낮 12시 배를 타니 오전에라도 전망대 다시 한 번 올라갔다 오자는 건 그냥 헛된 구호로 끝났다.
우선 내가 어젯밤 블로그 정리한다고 3시 넘어서 자는 바람에 9시가 다 되어서 일어난 데다가, 아무도 빨리 서두를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가 느긋하게 밥을 먹고 준비하다보니 배 타러 갈 시간마저도 바쁘게 되어버렸다.
어쩌면 운전자가 갈 생각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서 10시 45분경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무 생각없이 체크인 선에 들어섰는데, 우리가 탈 <유코뢰> 배가 안 보인다??
시간도 다 되어가는데??
결국 조바심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데크가 다르단다.
A데크로 가란 말에 혼비백산, 운전대를 돌린다.
옛날의 총기가 많이 사라지긴 했어도 형규씨의 동물적인 감각 하나는 끝내준다.ㅎㅎ
긴가민가 헤매는 사이에 멀리 우리가 탈 배가 보인다...
미리 체크 안한 것은 잘못이나 무사히 배를 탈 수 있게 했으니 무슨 말을 하랴.ㅎㅎ
12시가 다 되어서야 차를 선적하고 승선한다.
엊그제 올 때는 새벽에 설쳐서 잘 생각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그래도 옷도 따뜻하게 입었고 해서 9층 갑판에 올라가 멀어지는 탈린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참 잘가네...
탈린에 쇼핑하러들 간다는데, 우리는 시간도 없었고 다들 생각이 없어서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향후 내가 쓸 화장품이 필요해서 핀란드에서 나오는 <루미네> 크림 세트를 샀다.(5개에 87.9루블)
비싼 메이커들도 냄새가 좀 지독한데, 이 제품은 향이 별로 없어서 좋고 북극권 베리루를 이용한 보습제품은 추운 북유럽 지방의 여성 피부를 지켜주는 화장품으로 유명하다는데, 잘 샀는지 모르겠다.ㅎ(난 저렴해서 샀다. 여행 안내책자에서 좋다고 하고.)
택스 환급은 출국할 때 된다는데...8유로. 베니스 공항에서 받을 수 있으려나?
핀란드는 전국이 무료 와이파이라더라 하고 말했는데, 그동안 잘 실험을 못했었다.
깊은물이 무조건 접속해본다. 배애서도 와이파이됩니다.
내 말을 무시하고 보는 남편, 어떻게 관계 개선을 해야하나?
부탄가스 때문에 그동안 속이 많이 상했는데, 결국 우리가 지내던 집에 가서 찾아가지고 돌아왔다.
집주인하고는 결국 대면 불가.
서로 안 보는 편이 속 편하지.
통화가 무지 안된다고 하길래, 그럼 문자 보내요 했더니 문자로 답이 왔단다.
그 집에 다시 가니 우리가 지냈던 것과는 달리 청소도 깨긋이 되어있었고, 화장실에서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
우리가 운이 없었던가?
깨끗히 청소된 집을 보니 다른 집 같아서 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르크 오는 길은 그동안 우리 운행 역사로 보면 그리 멀리 않은 길이었는데, (약 170km?) 길이 많이 막히기도 했고,
그동안 이런저런 긴장이 많이 풀린 탓인지 남편이 많이 졸려한다.
중간에 깨끗하고 화려한 핀랜드 주유소에 와서 결국은 햄버거로 늦은 점심을 때우는 형규 씨...(수고가 많네...)
깊은물이 멋진 운전 솜시로 편하게 숙소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2층이라고 힘들여 짐 들고 올라갔는데, 보니 엘리베이터가 있다.
이게 엘리베이터 아니고 뭐야? ㅎㅎ
모든 일은 남의 말을 무조건 믿지 말고 한번쯤 다시 확인해볼 일이다.
특히나 서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금에서는...
집은 깨끗하고 아담하나 방이 하나.
셋이서 방이 하나라는 것은 많이 불편하다.
특히 나처럼 늦게 잠을 자는 사람과 같이 자는 사람은...
저녁에 오로라강을 걷다가 재미있는 페리를 발견한다.
조그마한 강을 무료로 연결해주는 것.
다리를 놓을 수도 있지만, 페리를 타고 걷너는 재미도 쏠솔하다.(관광객이나 주민들에게 소소한 재미...)
다리 건너 수퍼에 가서 오이를 사와 맛있는 골뱅이무침으로 오늘 하루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