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야기>
2017년 6월 12일 월. 아이다호폴스-잭슨홀-티튼국립공원-엘로스톤국립공원
아침은 미국산 꼬리로 꼬리곰탕. 밤새 푹 삶았더니 부드러워진 고기가 매우 맛있다. 그러다보니 출발은 10시 반.
<이번 여행 중 그나마 가장 럭셔리했던 캔들우드슈츠>
스완밸리의 경치를 잠시 즐기다가 31번 국도를 따라 고도를 높이며 잭슨고개에 올라서니 세찬 바람이 계절을 잊게 한다.
눈덮여 폐쇄된 등산로(가 아니고 도로였다)를 보니 지금이 몇 월인지...
티튼의 관문인 잭슨홀에 도착한다.
비가 쏟아졌다가 해가 났다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사슴뿔로 만든,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아치가 곳곳에 서 있네.
도대체 사슴 또는 엘크가 얼마나 많은 거냐? 티튼을 즐기려면 옐로스톤으로 가는 두 개의 도로를 다 지나야 하니 우선 전망이 좋은 도로를 택해 티튼의 눈덮인 산들과 산 앞의 평원, 꽃 등을 즐기며 길을 간다.
가다보니 지난밤에 예약한 캠핑장으로 가는 길이 폐쇄되었다는 안내를 본다.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왔더라면 낭패볼 뻔했는데 좀더 가니 길이 다시 나오는 것 같긴 하다.
구름에 가려 꼭대기를 보여주지 않는 티튼의 산들과 빙하.
원래 티튼은 아침 햇살에 붉게 빛나는 산이 호수에 비치는 반영으로 유명한 곳인데, 어제 왔더라도 비 때문에 일출은 어림도 없었으니
그냥 눈덮인 산이나 본다.
웬일로 여기는 입장료를 받지 않나 했는데 옐로스톤 갈림길에서 제니호수를 보러 다시 내려오니 그곳에 출입구가 있다.
받지 않을 리가 없지. 거꾸로 오면서 보는 티튼의 경치도 만만찮다. 산이 크니 경치도 크다. 해가 나도 좋지만 비가 와도 좋다.
그러고보니 지명이 엘크니 비버니 무스니 등등 모두 짐승이네. 제니호수를 잠시 보고 티튼을 작별한다.
어차피 보지 못 할 일출이었고 눈 덮인 산과 호수의 경치는 처음에는 으악이지만 보다 보면 그저그러려니 하는 경치들이니
티튼에는 그리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모두 다 즐기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록펠러가 사서 기증해 그의 이름이 붙은 티튼-옐로스톤 도로는 그다지 감흥이 없다. 나 또는 우리가 감흥에 약한 편이기는 하지?
옐로스톤 공원 입구에서 캐년빌리지 캠핑장까지 2시간이 걸렸다.
옐로스톤 호수 옆길이 좀 짧기는 하지만 호반길의 심한 굴곡이 싫어서 좀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게 실수다.
차량도 많고 눈비도 내리고 게다가 고개도 많아 시간이 배나 걸린 것 같다.
나중에 호숫길을 가면서보니 굴곡이 그리 심하지 않아 좁은 한국의 경험이 이 큰 나라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다.
입구부터 길옆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위압적이고, 내리던 비는 들어갈수록 높아지는 고도와 함께
눈이 되어 올드 페이스풀을 지나면서는 함박눈으로 펑펑 내리더니 캐년빌리지 조금 전에야 그친다.
캠핑장 관리소에 도착하니 내 예약이 취소되었다는 청천벽력. 취소 메일을 읽지않음 표시를 보고 금방 지웠는데도 그게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접수가 되어 취소되다니 참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할머니 직원이 애를 써줘서 다행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현숙은 아메리칸 어드벤처란다. 나흘째 맞는 밤인데 나흘 동안 사흘을 숙소 때문에 초긴장 상태에 빠졌으니 충분히 맞는 말이다.
해는 9시나 되어야 넘어가니 8시면 아직 훤해야 하는데 눈비를 내리는 구름이 해도 가려서 어둡다.
비를 맞으며 어렵게 텐트를 친다. 대충 칠 수밖에 없어 일단 오늘 밤 잠자리만 마련한다.
옆자리 캐나다에서 온 노부부의 캠핑카가 매우 부럽다.
우리가 이런 정도의 캠핑카를 즐길 수 없는 형편은 아닐 텐데, 내 쪼잔함 탓인가?
빌리지의 식당에 가서 괴상한 저녁.
카페테리아 형식인데 음식의 성격을 모르니 주문하기가 매우 어렵다.
대충 주문해서 저녁을 간신히 때운다. 몹시 피곤해서 10시 반에 잠자리에 든다.
눈이 텐트 플라이에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 참으로 희한한 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
물론 내 과욕이 빚은 참사의 결과이긴 한데...
운행거리 6,251~6,516km
<나의 이야기>
오늘 일정은 정말 드라마틱하게 전개됐다.
지난 밤에 해비 레인이라는 일기에보 따라 옐로스톤 캠핑장 취소, 다시 취소한 것 삭제, 그러나 도착해보니 취소 완료...
난 메일을 읽지 않아서 취소가 안되는 줄 알았다.(내 탓이다. 안 읽었다고 그냥 삭제하라고 한... 다시 취소 메일 보낼 걸...)
계속 하늘을 보며 구름 가는 방향을 이리저리 재보며 비가 오는지를 체크했다. 그러나 올 비는 꼭 오고야말지.ㅎ
잭슨 고개에서는 멀리 엘로스톤인가 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거의 바람에 날려갈 뻔했다.
이쪽으로 가까이 오니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으로 본 잭슨홀.
녹용으로 만든 환영용 아치에 서서 기념 사진 찍어본다.(녹용 아치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아까워~ㅎㅎ)
티튼국립공원에 들어서니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 올 것에 대비해 아침에 준비한 점심-주먹밥-을 차안에서 맛나게 먹었다.(스스로 우리의 준비성을 칭찬하면서...)
원래 티튼공원에서 잠을 자고 호수에 비친 티튼을 본다는 것이 형규 씨 목표였으나 전날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구름속의 티튼은 남성적인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었고, 추운날씨에도 샛노란 색을 자랑하는 많은 야생화들은 색다른
경치를 선사했다.
멋진 경치가 있는 곳을 여행하다보면 실제 예상 시간에 비해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
거리가 얼마 안된다고 느긋하게 구경하게 다녔더니 의외로 캠핑장까지 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밤 늦게-아마 눈이 와서 주변이 어두워서 그랬을까? 8시 좀 넘었는데, 주변이 어두었다- 내리는 눈을 맞으며 형규 씨 혼자 씩씩거리며
텐트를 쳤다.
어렵게 이상한 저녁을 먹고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내의며 패딩이며 다 껴입고 잠을 청한다.
아마 밤 온도는 영하 1~2도쯤 됐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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