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여행

유라시아 D+46(6월 14일) 스웨덴-아비스코국립공원 <쿵스라덴> 트레킹

애니(현숙) 2018. 6. 15. 05:20

오늘은 지난밤 백야 트레킹에 이어, 아비스코국립공원이 자랑하는 쿵스레덴(The King's trail)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어젯밤 11시부터 새벽 2시가 넘도록 7km 정도 되는 산길을 정신없이 올라갔다왔더니 좀 꾀가 나기는 하지만, 스웨덴이 자랑하는 이 트레일을 못 걸으면 그것도 한이 남을 것 같아 일단 갈 수 있는 만큼만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길 떠난 시간이 12시 5분쯤?
내가 늦잠을 잤더니 모든 스케줄이 다 늘어졌다.
그래도 샌드위치 하나씩 개성따라 싸들고 길을 나선다.
근데 남편이 메모리 카드를 안 가져왔단다. 잠시 후 K는 메모리 카드를 안 바꿔왔단다.
이렇게 출발 전에 한 30분을 까먹고 길을 떠난다.

*쿵스레덴(THE KING'S TRAIL) :스웨덴 북쪽 끝 아비스코에서 남쪽 해마븐까지 가는 총 430km의 트레일.

여름 트레일은 바위나 나무 등에 오랜지색 페인트로 표시하고, 겨울 트레일은 각 지점마다 빨간 X 표시로 길을 나타낸다. 

두 트레일은 만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한다.

스웨덴 <피엘라벤>이라는 회사에서 매년 8월이면 <피엘라빈 클래식> 이란 백패킹 대회를 열어 이 트레일을 홍보하고 있다고 한다.


<쿵스레덴> 트레일은 한 마디로 자연과 함께하는 편안한 길~

우리는 왕복 12km 정도밖에 걷지 못해 전체 모습은 잘 알 수 없지만, 그냥 심심하고 편안한 길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누군가가 굉장히 불친절한 길이라고 말을 했는데, 그 말도 사실이다.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도록 흔한 나무의자나 쉼터도 만나기가 정말 어려웠다.

이 지형은 바위가 별로 없는 지형이라 편안히 앉아 쉴 만한 바위 만나기도 쉽지 않았고.

경사가 거의 없는 편이라서 완전 노약자 코스.

베리류나 버섯류는 따도 된다고 하는데, 계절이 계절인 만큼 베리는 없고, 죽어넘어진 자작나무에 거대한 버석들이 달려있어 혹시나 항암효과있는 차가버섯인가 싶어 두 개를 따왓는데, 거의 목재와 비슷하고 단단하기 그지없다.

인터넷 찾아보니 말굽버섯이라는데, 우리가 알 수 있나.

함암효과가 있다고 하나 청량산과는 관계없는 암이다.ㅎㅎ


가끔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엄청난 개천이 흐르기는 하지만, 뛰어난 경치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스웨덴 자연의 심심함에 이미 우리는 익숙해져서 그러려니하며 묵묵히 길을 걷고, 점심 샌드위치를 먹은 다음에 잠깐 더 올랐다가 하산을 했다.

(사실 좀더 걸어가서 뭔가 달라지는 전경을 보고싶었으나 새벽에 7km 이상을 걸은 탓에 발바닥이 아파서 더 걷는 건 무리...)


스웨덴 출신 유엔사무총장으로 사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다그 함마르셀드>의 말을 적어둔 바위가 문화유산으로 되어있는데, 그 뜻이

<가장 긴 길은 너의 마음 속에 있다> 라나마나...

<명상 바위>라는 명칭에 맞는 말 같기도 하고.(말을 모르니 답답하네..)


걷고보니 그래도 12km. 

트롤퉁가 22km를 걸어야 하는데, 이를 어쩌나 걱정이 한가득이다.

간단히 마트 피자와 채소(브로콜리, 오이, 오겹살햄볶음), 맥주로 저녁을 때운다.

내일은 다시 노르웨이로 이동인데, 날씨가 좋지 않다니 걱정이다.

(이제는 숙소 예약도 없이 완전 자유여행 모드다.

오랜 여행이 대장을 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