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여행

다시 러시아 +3(8월 31일) 알혼섬 부루한곶과 프리바이칼스키국립공원

애니(현숙) 2018. 9. 3. 01:59

오늘은 느긋하게 후지르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아침은 남은 새우알을 양파랑 볶아서 가져온 짭잘한 반찬과 함께 먹고 점심은 바이칼뷰카페에서 피자를 사먹기로 하고 길을 떠난다. 


출발 시간 무려 11시 21분.

가깝게 보이는 샤먼 바위까지 가는 길이 생각보다 가깝지는 않았다. 보인다고 해서 가깝다는 것은 아니다는 거지. ㅎ

그래도 살살 걸어서 샤먼바위까지 도착.

아시아에서 기가 세다는 9개소 중 하나라는 샤먼 바위.

겉으로 보기에는 몇 년 전 다녀온 소매물도 비슷한 지형인데 양쪽 호수 양안이 반달 모양으로 호를 만들고 있어 아주 아름답다.

기가 세다지만 우리는 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 기센 바위를 봐도 별 차이를 못 느낀다.

샤먼을 상징하는 기둥<세르게> 13개 등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 열심히 찍고 올라와서 카페로 향한다.

 

바이칼호수의 부르한곶이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위치한 <바이칼뷰 카페>는 그 이름값을 한다.

중간 크기 4치즈피자가 350(450g), 커피 120해서 590루불에 점심을 먹고 무료와이파이를 잠시 즐기다 올라갈 때와 다른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내일 자동차투어 정보를 찾아보았다. 

8월 말인데도 벌써 비수기인지 넓다란 도로가 무색하게 동네가 너무나 황량하다.

길은 땅이 넓어서 그런지 엄청나게 또 넓다.

길가에 있는 것은 카페와 기념품 상점들뿐.

그나마 문을 많이 닫았다.

가까스로 오는 길에 인포를 찾아 내일 투어를 예약했다. 이상하게 돈은 나중에 내라고 해서 나중에 다시 찾아갔다.

인터넷에서 찾은 투어요금은 1090이라는데 1200으로 올랐단다. 어디든 안 오르랴?(나중에 생각해보니 숙소에서 예약해도 됐을텐데...)


소는 이 마을 어디서나 어슬렁거리고 풀을 뜯고, 커다란 개들은 어디서나 철버덕 길가에 뻗어서 자고 있다. 

알혼섬ㅡ아니 어쩌면 러시아에서 개와 소들은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추천한 <니키타게스트하우스>로 혹시나 옮겨볼까하고 찾아봤더니, 샤먼바위하고 가까워서 좋긴한데 가성비는 안좋구나. 

아침, 저녁 주고 1인당 2200이란다. 1인이면 그런대로 괜찮은 가격인데 2인은 4400이라 우리 계산에는 안맞아서 구경만 하고 온다. 

나름 전통있는 게스트하우스라서인지 투어사무실도 있고 방도 많은 것 같고 화단이나 이런 것도 신경 쓴 것같다.(화단에는 커다란 풀이 무성~)

그집 문을 열고 나오는데, 뒤뜰에서 자고 있던 커다란 개가 꼬리를 흔들면서 한참이나 우리를 따라왔다.

어떤 놈과는 반갑게 인사하고, 어떤 놈과는 으르릉 대면서 적당히 영역 표시도 하고 이 개는 동네 마실을 다닌다.ㅎㅎ

커다란 개들이 길가에 그냥 대책없이 늘어져있어서 동물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지역이 참 싫을 듯하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보라고 이 시민기자가 추천하는데, 우린 별로 관심도 없을 뿐더러 어딘지도 몰라서 그냥 패스~

(니중에 보니 우리가 몇 번이나 지나다니는 길에 미술관이 있더라...) 

 

배터리가 다 됐다해서 집으로 돌아와 좀 쉬다가 내일 투어 마감겸 마트 구경겸 차를 가지고 다시 나갔다. 

마트에서는 반찬거리는 못 건지고 보드카 1병과 수박 1/4쪽(90)만 사가지고 나왔다. 반찬이 없어 생선이나 고기나 사서 저녁을 화려하게 먹어보려고 했는데, 이 척박한 섬에는 먹을 만한 것이 거의 없구나...(그래도 한국산 부탄가스는 개당 70루블에 팔고 있더라.)


구불구불 꿀렁꿀렁한 찻길을 조심조심 몰고 가다보니 멀리 뭔가가 보인다.

이름하여 <프리바이칼스키국립공원>.

허가받은 자만 입장 가능이라고 되어있지만 어디서 허가받아? ㅎ

처음만 약간 나무난간길.

조금 지나니 완전 모래사장.

여기가 바단지 호수인지 구분이 안갈 지경.

바이칼 특산 갈매기가 4종류가 있다는데 2종류는 확실히 확인했다.ㅎ

 

아침에 많이 흐렸는데 오후엔 그래도 햇살이 비치고 뭉게구름이 예술이다.

오전에 못 챙긴 셀카봉으로 사진도 찍어보고 모래밭에서 즐기다 돌아온다.

오늘 걸은 걸음수가 그래도 17647보나 된다.

와이파이도 안되니 적당히 놀다가 일찍 잠을 잔다.

*모래사장에 설치된 신기한 사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