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여행

다시 러시아로 16일(9월 13일) 우스리스크에서 고려인의 흔적을 찾아

애니(현숙) 2018. 9. 13. 22:36

아침에 일어나도 다리저림 현상은 여전하다.
하기사 다른 약이 없으니 나아질 이유도 없지?
숙소에서 짐이나 싸고 쉬자고 하지만, 최소한의 관광은 하기로 했다.
느긋하게 쉬다가 오늘 방문한 장소는 1. 이상설 선생 유허비 2. 고려인문화센터 3. 수퍼마켓(트리코트와 삼베리)였다.
도시가 작아서인지 세 장소들이 그다지 멀지 않아 차를 타고 가니 금방 갈 수 있었다.


이상설 선생 유허비에 들꽃을 올리고...
먼저 <이상설 선생 유허비>는 다행히 시골길인데도 "이거 한국에서 돈 대준 거 아냐" 할 정도로 길 상태가 좋았다.(설마 그럴리가?)
이상설 선생은 1870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1917년 우스리스크에서 서거한 한국 독립운동 지도자이다.
1907년 7월에는 광무황제의 밀지를 받고 헤이그만국평화회의에 이준, 이위종을 대동하고 사행하여 한국독립을 주장하였다.
이어 연해주에서 성명회외 건업회를 조직하여 조국 독립운동에 헌신하다 순국하였다.

아직 독립하지 못한 조국의 운명에 비통해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없애라는 유언에 따라 화장하고 그 재를 수어푼 강물에 뿌렸다고 한다.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은 2001년 10월 18일 러시아 정부의 협조를 얻어 이 비를 세웠다고 한다.

비가 있는 지역은 거의 흙탕물 같은 강물이 급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동안 비가 많이 왔는지 강유역의 풀들은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비 근처에는 영문 모르는 러시아 캠핑카 비슷한 차 한 대가 서 있었고, 그들은 거기서 점심을 먹는 것 같았다.(우리가 신기했겠지?)
우리는 빈손으로 갔는데, 서운하지않게 국화꽃 두 송이가 올려져 있었다.
나의 생각 없음을 탄식하며 근처를 돌아다녀 들꽃을 묶어 조그만 꽃 한다발을 올려놓고 왔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지만, 영웅이 시대를 만들기도 하지.
어려운 시기에 떨치고 일어난 훌륭한 선인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그 시기에 태어나지 않음에 대해서도...

고려인문화센터에서 맛본 비빕밥은...

다음은 고려인문화센터.
저번에 왔을 때는 너무 썰렁하고 문도 닫혀있는 듯했는데, 오늘은 단체 손님도 있고 분위기가 좀 환하다.
어느 정도 헌금을 해야지 생각했지만, 이름없이 그냥 통에 집어넣는 것이 별로였는지 결국은 밥만 먹고 그냥 돌아왔네.ㅎ
입장료는 70루블. 연해주 동포들에 대한 비디오를 상영해주고 나머지는 사진 자료.


1863년 한인농가 13호가 굶주림과 억압을 피해 동토의 땅으로 와서 이주한 것이 고려인 이주의 시작.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독립운동가들의 망명이 이어져 1937년 강제 이주 전까지 연해주는 항일 투쟁의 중심지가 되었다.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의 첩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핑계하에 스탈린에 의해 1937년에 17만여 명이 중앙아시아쪽으로 강제 이주되는 수모를 겪고 수많은 사람들이 불모의 땅에서 죽어갔다고 한다. 그때 한인들이 버려진 곳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인근 지역,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남부 지역이었다. 그곳에서 고려인들은 땅굴을 파고 엄동설한을 견뎠으며, 황무지를 개간하고 벼농사를 도입하는 등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갔다.(그래서 그 지역에 가면 아직도 한인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1953년 스탈린 사후 이주의 자유를 찾으면서 고려인은 사회 각계각층으로 진출하였고,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다시 연해주로 돌아오고 있는데, 한 5만 명 정도의 한인이 연해주에 살고 있다고 한다.

독립운동을 비롯한 역사적인 사건과 사진들을 보고나니 가슴이 먹먹하다.

오늘날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고 이렇게 세계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도 다 이분들의 노력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

감사한 마음으로 구내 식장에서 비빕밥과 갈비탕을 먹고 나왔다.

한식당 비슷하지만, 한식당에서처럼 반찬을 하나도 주지 않고 다 사먹어야하는 시스템이라, 이런 식으로 한식을 판매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 맛은 그냥 먹을 만했다. 비빕밥에 나물은 작고 밥이 너무 많았어.ㅎㅎ


문화센터 뜰에 있는 안중근의사비와 홍법도 장군비에도 사진만 찍고 인사하고 돌아나왔다.(어쨌든 저번에는 그냥 지나쳤지만, 우스리스크에 오면 꼭 다녀가야할 곳이란 약간의 의무감이 있었는데, 숙제를 한 느낌이다. 근데 조금이라도 기부를 했어야하는데...유시민 이름만 확인하고 왔다.)  문화센터에는 전남일보문화순례단인가에서 단체 관광 및 학습을 왔고, 우리가 나오는데 작은 버스도 하나 들어왔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방문하여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 순례-<트리코트>와 <삼베리>

오늘은 <트리코트>와 <삼베리> 두 군데를 찾아서 꿀과 삼겹살을 사는 것이 목표.

유라시아 여행 시작할 때 방문해서 쌀과 가스를 산 트리코트는 지금 다시 가서 보니 살 게 별로 없다는 느낌?

그래도 서운해서 몇 가지-와인 잔, 연육기, 빵, 물 - 사들고 나오고, 하바로브스크에서 처음 본 삼베리에 가서 생삼겹살을 드디어 살 수 있었다.

우린 삼겹을 좋아하는데, 동쪽에서는 질 좋은 삼겹 구하기가 쉽지않다.

차라리 페떼르부르크와 북유럽쪽에서 아주 질 좋고 저렴한 삼겹살을 많이 봐서 그때가 그립네...ㅎㅎ


저녁은 엊그제 동포 아주머니한테 산 채소가 많아서 처리하기로 결정.

삼겹살에 토마토볶음, 양파볶음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내 상태는 여전. 욕조에 담궜는데, 오래된 아파트라 물 상태가 정말 아니다.

그래도 때는 불어서 덕택에 때목욕 한 번 잘했다.)


*이상설선생 유허비

*전날 비가 왔는지 흙탕물이 거세게 흐른다.












*고려인문화센터 뜰에 홍범도장군 기념비와 안중근의사 기념비가 있다. 



*저렴한 마켓-삼베리

*이 동네에 특화된 대형 마켓 <삼베리>에서 파는 부탄가스-다 한국산이라는 거...ㅎㅎ